Page 85 - 노재순 작가 e-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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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내 머리칼이 자연적으로 곱슬이 된 이후에는
                                               내 머리칼을 남에게 맡겨 자른 적이 없다.

                                               거울을 보고 손가락 사이에 머리칼을 넣고 요리조리 살펴

                                               스스로 머리칼을 다듬고 다녔다.

                                               곱슬이라 차이가 나지 않아 남들이 이상스럽게 보지 않을 만큼
                                               내 딴에는 멋스럽다 생각하며 지내왔다.

                                               아마도 정신이 있고 손이 움직이는 한 내가 자를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도 나에게는 머리를 다듬는 것과 같다.

                                               내 손으로 내 움직임으로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사고와 축적된 삶의 흔적 들을

                                               어느 건 자르고, 거르고 그렇게 표현되지 않겠는가.




                                               2021. 03 작업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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