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도선_개인전시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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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 개인전
장면, 끝까지 좁은 길을 걸으며 마침내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는 모습 등으로 되어 있다. 핍박자에서 회심을 거쳐 복음의 전도자가 된 ‘바울의 삶’에서는 기독교
인을 박해하는 장면, 다메섹도상(途上)에서 만난 예수, 제사장 아나니아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 소아시아를 돌며 선교하는 모습, 유라굴라 광풍으로 인한 난파
사건, 멜리데 섬에서 뱀에게 물림, 옥중에서의 서신작성 등이 다루어진다.
그의 작품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오 예수’ 연작이다. 이 연작에서는 그리스도의 공생애가 다루어지는데 병든 자와 가난한 자, 낮은 자를 품으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신 예수님의 생애가 다루어지고 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장면, 오병이어의 사건, 야이로의 회당장의 딸, 실로암 못가의 눈먼 자의 치유, 수가성
의 여인,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는 장면, 향유옥합을 깨는 여인, 두 강도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 변화산의 예수님 등이 그려진다.
이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십자가에 오르시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보내시는 것을 주제로 한 <마지막 만찬>이다. 이 그림에서는 두 가지 특
징이 포착된다. 이 주제를 다룬 역대 명화의 도상들이 식탁을 직사각형 또는 원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비해 작가는 마름모꼴을 택해 이날에 있었던 일을 숨 가
쁘게 표현하였다. 두 번째는 열두제자를 한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로 실어냈다는 점이다. 제자들은 수직과 사선, 수평선을 이용해 마치 조각을 맞추듯이
모자이크식으로 표상했는데 이들의 관계가 예수님을 구심점으로 긴밀히 결속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 주제가 오래전부터 역대화가들에 의해 애용되어온
것인만큼 작가 는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자 했고 우리가 보아온 도상과는 다른, 그만의 표현공간이 창의적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인물표현이다. 이 그림은 등장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지 않다. 등장인물은 공통적으로 수염이 나고 눈을 가늘게 처리하여 기도를 하
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등장인물을 영성을 지닌 인물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업은 신구약을 포함하여 성경의 서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경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믿음의 영웅들’, ‘오 예수’ 시리즈를 보면
사경회(査經會)를 갖듯이 성경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전개한다.
시각언어는 일반 언어와는 다른 언어체계를 갖고 있다. 일반 언어가 구체적이고 정확성을 띤다면 시각언어는 상징적이고 개연성이 높다. 그러니까 정해진 사실
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과 연상작용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보는 사람을 안내한다. 그가 구사하는 색언어를 보면 붉은 색은 사랑, 축복, 생명을, 연두는 성
도들의 믿음을, 노랑은 하나님의 은혜를, 보라는 주님의 존귀와 영광을 각각 의미한다. 풍부한 색이 지닌 함의, 정리된 이미지, 그리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작가는 그가 묵상한 말씀의 세계를 화면에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이기도 한 이도선 목사가 이 주제의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으로 신앙의 회복에서 출발하였지만 성경의 내용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각적으로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를 보면서 우리는 주님이 하신 일들이 얼마나 큰 지, 그 분이 베푸신 은혜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무
엇보다 창조에서 구속, 새 창조까지 하나님이 구상하신 장엄한 이야기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안동대 명예교수 서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