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69세 각본집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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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이 영화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과, 이 글을 쓰면서 마시는 아이스커피와, 매

        달 25만원의 월세를 내는 이 작업실과, 이 작업실에 오기 위해 매일 타는 자전거와, 일주
        일에 한두 번 가는 필라테스와, 오늘 꺼내 입은 이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가 언젠가 내가
        가해자 앞에 단단히 서서 말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하면 난 내일도 기꺼이 살아 낼

        수 있다. 효정이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간 고발문을 보며 나도 어떻게든 말을 남기겠
        다는 다짐을 되뇐다. 몸의 시간이 끝날지라도 말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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