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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재해석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조형언어



                                                                                                       신항섭(미술평론가)



              조형감각이 남다르게 발달해 있는 작가의 경우 자기 형식에 관해서는 느긋한 모양이다.
            다시 말해 개별적인 형식에 대한 욕구가 의외로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연이어 나오기에 서둘러 형식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건 창작을 윤리성으로 하는 작가에게는 당연한 일이기에 그렇다.
            그렇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특정의 조형언어 및 조형어법으로 자신을 묶어두는 일이 필요하다.
            작가로서의 성공 여부는 결과적으로 개별적인 형식의 완성에 있기 때문이다.

              송혜란은 참 많은 걸 가지고 있어 보인다. 사실적인 묘사력으로부터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감각, 세련된 그러데이션 기법,
            감성적인 형태 감각, 중간색조의 조합, 형태의 변형 및 왜곡, 유효적절한 색채 포름에 관한 감각이 남다르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현대미학에서 요구하는 조형적인 요건을 망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정도의 조형감각을 지니게 된 건 타고난 것이든, 아니면 심미안의 결과일 수 있다.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다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만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의 최근 작업에는 서너 가지 형식이 존재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별적인 형식의 완성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우선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평면적인 구성, 즉 산의 이미지가 중첩하는 모양의 작업은 선과 평면의 조합이라는 간단한 형식미를 가진
            다.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산의 모양새가 지그재그로 겹치는 구성인데, 평면적인 이미지와의 조화가 깔끔하다.
            이렇다 할 군더더기가 없는 채색기법에다 그러데이션을 활용해 공간적인 깊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다 다양한 구성과 채도 및 농도의 변화 그리고 조형적인 변주를 통해 작품마다 독자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산 전체를 압축해 놓은 전경이 있는가 하면 산 깊숙이 들어가 몇 개의 능선이 겹치는 간명하면서도 힘찬 구성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의 변주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구성에서 벗어나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산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은 능선을 이루는 곡선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는 압축할 수 없는 간명한 산의 이미지, 즉 완만하면서도 세련된 곡선의 능선으로 산의 모든 걸 함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물과 건물 그리고 정물을 소재로 한 소품 몇 점이 있는데,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조형 어법이 세련돼 보인다.
            기하학적인 이미지의 평면, 즉 서로 다른 색채와 모양을 조합하여 인물이 되고 건물이 되며 정물이 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러한 구성에는 남다른 미적 감수성 및 감각이 요구된다. 그러고 보니 그는 매우 탐미적인 욕구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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