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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 등 모든 면에서 대령 함장님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처지였음에도 내게는 서
울고 출신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 함장님은 3대 공립 중 하나인 경복
고를 나오셨다. 꼰데쓰!
미래 항공모함 함장이 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해군항공을 택했다. 공군 비
행훈련 위탁교육과 S-2 해상초계기로 기종전환 교육을 마치고 해군조종사가 되
었다. 이후 적 잠수함을 찾아 격멸하는 해상초계기 조종사로 약 30년간 비행기를
타면서 사랑하는 전우도 잃었고, 나 역시 생사를 넘는 고비도 여러 번 넘었다.
모기지로부터 100마일이 넘는 해상 저고도에서 갑자기 엔진 하나가 꺼지는
비상상황을 극복하고 비행승무원 모두가 무사히 기지로 복귀했던 기억은 아직
도 강렬하다. 중령 지휘관으로 비행대대장 근무 시에 포항을 방문했던 합참의장
님을 나중에 내가 대령이 되어 말레이시아 국방무관으로 일할 때 국방장관이 되
셔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계기에 공항에서 다시 뵙고 몇 시간이나마 수행
했던 기억은 무척 소중하다. 그분을 살아있는 군인의 귀감으로 존경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분이 나의 서울고 선배라는 사실에 더 친근감이 들었다. 그
후 그분의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에 대해 예우는커녕 수사와 기소, 재판이라는
고초를 가하는 현실을 보면서 많이 울분했었다. 나중에 서울고 출신 군인 모임에
서 그동안 많은 선후배 동문이 모교의 명예를 드높여왔고, 특히 6.25 전쟁에 가
장 많은 학도병이 참전했고 전사자도 가장 많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매해 모
교에서 거행되던 충혼탑 참배 행사에 해군대령 정복을 입고 참석해서, 작지만 내
가 할 수 있었던 역할을 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았다. 영국에 이튼스쿨이 있다
면 우리에게는 서울고가 있다.
2020년 2월 말 해군군수사 참모장, 합참 유엔사군사정전위 한국군연락단장
직위를 마지막으로 37년의 군생활을 마쳤다. 전역하면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주는 훈장과 혈맹 미국이 주는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소
중한 훈장은 전역하는 날 아내와 두 아들로부터 받은 감사패이다. 거기에는 이렇
게 적혀있다.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께 감사합니다.’
64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