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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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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와 움직임”을 주제로 한 연작의 정성들여 가다듬은 바탕화면은 바다를 형상화한 것으로, 작은 움직임조차
                             느낄 수 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자기)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작가의 말) 거울의 이미지이다. 이는 자신의
                             의지대로 잘 가다듬은 표면에 대한 자기만족, 즉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의 거울이기도 하고, 거울 뒤-고요
                             한 바다 속-에 감춰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주변에 수직 획과 수평 획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의지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된 공
                             간이며, 이렇게 생겨난 사다리의 이미지는 “사회나 가족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욕망의 표현”(작가)이
                             기도 하다. 여기에 때를 기다려 한 순간에 일어나는 돌발적인 붓놀림이나 바탕화면의 팽팽한 장력을 깨뜨리는
                             선과 색의 위치 선정 등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우연이 개입하지만 선명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 좀 더 과감하고 직선적인 표현인 이번 작업은 기법에 있어서는 타쉬즘(tachisme)에 가깝지만 상을 형
                             상화하는 일을 전적으로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감으로 칠하고 긁고 다시 칠하기를 반
                             복하여 화면을 물감으로 덮어씌우는 행위는 실제로 지우는 행위의 표현이고, 물감 묻힌 붓으로 반복해서 씻어
                             내리듯 물감을 덧바르는 행위 또한 말 그대로 씻어 내리는 행위의 표현이다. 지우거나 씻어서 없애고 싶은 것은
                             절망과 좌절만을 안겨주는 과도한 욕망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물감의 뒤섞임, 선의 번짐, 물감의 흘러내림, 뿌
                             리기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곳에 떨어지는 물감 방울들 등의 우연이 이전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더해진
                             다. 대자연의 질서 속에 인위적 질서와 우연이 조화를 이루듯이.


                             우연의 지배 - 즐거움 그리고 희망
                             “고요와 움직임” 연작에서는 생동감보다는 관념적 요소가 강했던 반면, 이번 작업에서는 작가의 심상이 보다
                             즉각적이고 대담한 방법으로 표현되는 가운데 우연의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주관적이고 원시적인
                             표현주의 요소가 강하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한 의식의 편린들을 갖고 색을 고르고 칠하
                             고 선을 긋고 한 가지 색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다른 색을 칠하고 서로 섞이어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의
                             도하지 않았던 우연의 전개에 즐거움을 느낀다. 화면 위에 내리 꽂는 즉흥적 붓 터치에 쾌감이 있다. 덧바르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감추고 싶었던 그의 욕망 위에 비온 뒤 한적한 수목원 오솔길에서 주워온 꽃송이를 살며시
                             얹어본다. 그가 찾아 나선 것은 뜻하지 않게 마주친 우연의 꽃송이인가 어차피 만나게 되어 있었던 필연의 꽃송
                             이인가. 그의 화면 위에 꽃이라는 희망의 기호를 그려 넣는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굵은 붓
                             터치를 파종이나 모내기 행위에 비유한 작가의 말은 생명의 잉태와 번식에 대한 희망을 의미하며, 그의 작품에
                             대해 스스로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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