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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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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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강구원 작품과  이혜주 시인





         찰나

                                         2006, 09, 06
                                            이혜주








         그대가 이토록 세운 그림
         바다 위에 탑을 엮었는가?
         나는 바다 속에 탑을 지었어.
         곧 흩어질 것만 같이 팽팽이 묶여져 있지.


         땅 위를 넓게 자리 잡은 전각들이
         다 바다 속 흩어져 가는 구름들일세
         견고한 주춧돌이며 기단이며 탑신


         바다 속에선 치마 폭 한자락 해초처럼 일렁이지.




         세우고 세운 죽으라 세운 것들이
         일시에 풀리는 이 찰나가 아름답지 않은가!
         삶과 죽음이 등불로 떠 있는 갠지스 강
         흩어져 떠 내리는 꽃잎이 아름답지 않은가!


         으스러질듯이 끼고 있던
         부여 잡던 우리 몸짓들
         빙그르빙그르 상쇠의 꽹과리 소리,흰 원을 따라
         노을 내려와 걷어 가는 이 저녁이 평화롭지 않은가!

         일어나 보니
         강가 맑은 햇살 담은 돌멩이 주워 와선
         어느새 또 탑을 세우고 있네 그려
         어느 바다 속 모퉁이 돌아
         편편한 정원에 탑을 세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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