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8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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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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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지각과
화가의 내적영감을 합일
시키려는 시도
이석우(경희대교수, 문학박사)-1991
밤에 내리는 장마 비는 때론 온 세상을 습기 찬 정적으로 끌고 간다. 심각한 표정의 강구원의 얼굴을 떠 올
리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 같다. 화실이 있는 광릉수목원 근처의 호젓한 초막도 간단없
이 비에 젖어 들고 있겠지. 기약 없는 내일을 예술이란 화폭에 모두 걸고 살아가는 화가들에겐 희열과 좌절
의 진폭도 그만큼 크리라.
강구원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내가 그의 그림들에서 받은 인상은 무엇인가 자기가 원하는 진실에 도
달하려고 진지하게 모색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캔버스작업에 오브제를 써 보
기도하고, 뿌려도 보고 지우기도 하고 긁고 찢고 하는 것들이 모두 그 같은 고민의 드러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되는 “우연의 지배- 고기잡이”도 자연이 주는 느낌을 자신의 내면에서 재구성하여 심도 있게 표현
하려는 그의 진지한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 청색의 느낌이 강하다. 그들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우측에 화이
트를 짓이겼고 그것도 부족하여 빨강 터치의 붓놀림을 했다. 좌측 상단의 노란색 형태는 화면을 안정시키고
있지만 청색의 채도를 더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은 맑고 투명한 개천 물에 무심히 뛰놀고 있는 송사리 떼를 그리고 있다. 송사리를 구체적으로 표현
하기보다는 짙은 흑갈색을 띄엄띄엄 칠함으로써 이를 대신했다. 그것은 구체적인 형상이 제거될 때 그림은
더 강한 호소력을 갖는다는 작가의 소신을 반영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이라는 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결
국 하나의 면이나 색으로 단순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좌측 상단의 발자국처럼 그린 두타원은 인간
을 은유한 것이다. 그것도 송사리를 피해가는 인간의 발자국이다. 자연과 생명을 아끼는 강구원의 경외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 점에서 이 그림은 맑은 물, 건강한 생명을 희구하는 작가적 열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숨을 쉬지 않고는 한순간도 살기 어려우며, 하루에 2에서 2.5리터의 물을 마셔야 사는 70퍼센트
가 물로 구성된 구성물이다. 그래서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작가는 화면과 자신과의 깊이 있는 교감을 중시한다. 자기와의 교감 없는 그림이 타인에게 교감될 수 없다
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그림에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 한다. 후자
의 경우를 우연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우연도 큰 의미의 필연이며 질서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진지하게 그린
화폭에 마지막 붓질은 우연적 요소를 도입한다고 한다. 무아와 초집중의 경지에서 화룡점정을 한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기의 집중이라고도 보겠다. 어쩌면 그의 그림의 마지막 승패는 그 한순간에 달려 있는지 모르겠
다. 이 그림에서는 붉은 터치가 그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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