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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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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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간혹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인생을 실감나게 표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나그네가 태양이 내리쬐는 메마른 광야를 가는데 갑자기 사자한마리가 달려듭니다. 나그네는 마른우물
하나를 발견하고 뛰어내렸습니다. 떨어지다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려 그 줄기를 붙잡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아래는 독사들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며 나그네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가려고 위를 쳐다보니 사자가 으르렁 대는 것이었습니다. 나그네는 진퇴양난에 처하고 말았습니
다. 그런데 다행히 걸터앉은 나무 잎사귀에 벌들이 꿀을 쳐놓았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픈지라 혀를 내밀어
꿀을 핥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꿀이 달고 맛나 처한 상황도 잊어버리고 꿀을 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각
사각하는 소리가 들려 가만히 보니 매달려있는 나뭇가지 밑동을 검은 쥐 흰쥐가 교대로 갉아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나그네를 지탱하는 나뭇가지가 노끈으로 생각났습니다.
오랫동안 생명에 대한 경외와 자연에 대한 사랑을 ‘우연의 지배’라는 주제
로 그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퀴엠, 사원의 뜰에서, 마음으로 세우는 탑,
고요와 울림, 선물이라는 부제를 달아 전시했습니다. ‘선물’이라는 부제는 2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캔버스, 나무, 헌 책등을 노끈으로 묶어서 입체
적인 맛을 내고 싶었던 거지요.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캔버스를 탈피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또한 노끈이라는 재료가 나그네가 매달린 나뭇
가지의 대체물이라 생각하며 오브제들을 묶어 보았는데 쏠쏠한 재미가 있
더군요. 쥐가 갉아먹고 있는 생명줄이라 생각하면서…….
일 년 중 9월에 행해지는 ‘수목원 가는 길’이라는 아트페스티발이 6년 전부
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때는 주변에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스튜디오를 오
픈합니다. 2년 전 근처 초등학생들이 작가 작업실탐방 체험을 왔었는데, 캔
버스와 책을 노끈으로 묶은 작품의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니 한 아이가 ‘선
물’ 같다고 했습니다. 택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때부터 저의 연작 부
제가 ‘선물’로 된 것입니다.
Kws0001 세익스피어 소네트-선물 Shakespeare Sonnet
우리는 태어남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또 고통의 시작이라고도 합 캔버스에 아크릴. 노끈 30x30cm, 2017
니다. 생명줄인 나뭇가지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그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
고 꿀을 빨고 있습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우리 인생이 세상 쾌락에 빠져
살지만 종말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임을 암시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
생명줄로 인간의 부조리함을 묶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모
르는 것이 약이다.” 아는 것도 악이요 모르는 것도 악인 지금의 세상을 묶어
보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그림을 그리는 동료 한분이 내게 말하길 작년에
점을 보니 귀인을 만날 거라고 했는데 귀인이 나타나질 않더랍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작년에 그렇게도 힘들게 해서 직장을 그만두게 했던 윗분
이 귀인인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분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내
가 혼자 나의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렇게도 욕하며 미워했
던 사람이 귀인이 된 것입니다.
“생명은 행복에 대한 희구이며, 행복을 향한 갈망이 곧 생명이다.”라고 톨
스토이는 정의 하였습니다. 저의 그림도 생명력의 강한 발로이고 행복을 추
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노끈을 차용한 우리들의 관계성에 대한 상징이
Kws0002 세익스피어 소네트-선물 Shakespeare Sonnet
라 할 것입니다. -2017, 강화산 캔버스에 아크릴. 노끈, 30x30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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