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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의 ‘내 마음의 노래’
서성록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앙상한 가지에 새순이 돋고 나뭇잎들이 연초록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럴 즈음이면
잎새의 색깔 이름을 제각각 지어주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들판을 수 놓은 꽃들과 나무들과 관목들의 이름도 보석의 이
름처럼 지어주고 싶다. 그것들을 보면 사치를 안 부려도 이미 마음은 부자가 되어 있다. 역대의 화가들이 생명으로 가득
찬 자연에 심취한 이유를 알만하다.
차정숙의 그림도 화려한 색깔로 단장한 숲을 노래한다. 그의 그림에는 계절이 들어 있고 산의 맥박이 고동치고 있으며 연
일 축제가 열린다. 그림으로 숲의 군무(群舞)를 재현해 내고 있는 것 같으며, 색깔이 뿜어내는 박진감과 생명감은 보는 사
람을 들뜨게 한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부터 숲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구, 인체, 정물, 시냇가 등을 모
티브로 삼았으나 근래에는 이전 모티브를 접고 숲에 푹 빠져 있다.
차정숙의 숲에는 수천, 수만의 나무들이 저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자신을 뽐내고 있다. 갈색없는 가을을 생각할 수 없듯
이 숲없는 산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만일 숲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빈약할 것인가. 그런데 그가 바라보는 산은 좀 특
별한 데가 있다. 꽃밭으로 덮여 있는 산, 말하자면 월계관을 쓴 산이요 보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산이다. 산을 이렇게 인
식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가 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체요 나아가 기운 충만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 수 없다.
그 역시 산을 보면 힘을 얻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산은 아름다운 대상이요 대지에 호흡을 불어넣는 허파와 같
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힘찬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고채도의 색조를 선호하는데 가령 번트 움버 위에 레드를 넣거나 화이트 위에 핑
크색을 덮는다거나 아니면 미디엄 마젠타나 버밀리언, 그린, 옐로 등을 깔아주는 식이다. 각 색깔은 다른 색과 대조를 이루
면서 더욱 번뜩이는데 그것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풍성함을 더해 주는 구실을 한다.
49 내 마음의 노래 Acrylic on Canvas 33.4x24.2cm 2021
아무리 생각이 좋더라도 표현이 서툴다면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없을 것 이다. 그림에서 ‘언어의 조탁’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숲의 표현에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수법을 채택한다. 그의 그림은 자잘한 터치로 점철
된 ‘점화’ 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늘에 별을 세듯이 작가는 나이프로 화면 구석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중앙을 향
해 공간을 채워간다. 지칠 만도 하건만 신체의 리듬과 탄력을 살려 찍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
갔는지 알지 못 한다고 한다. 또한 기계적 반복으로 그치지 않도록 방향과 세기, 크기를 각각 다르게 하여 물감을 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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