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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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에 빛이 있는데다 관객과 거리가 멀어 효과적이지 못했다. 체험예술공간 꽃                                1    2
           밭 “거인의 책상”은 3개의 이야기(“거인의 책상”, “불”, “아빠의 책상”)로 구
           성되었지만, 공연의 주안점은 비디오카메라와 프로젝터를 통해 거대하게 확
           대된 일상의 물건이나 신체의 일부를 가지고 놀이를 하는 체험이었다. 마당
           극 두 편, 마당극패 우금치의 “껄껄선생 백일몽”, 극단 꼭두광대의 “범밭골
           의 전설” 그리고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노나니의 “이상한 나라의 엄지공주”
           는 단순한 교훈을 담은 아동극에 가까웠다.


           해외에서는 6편이 초청되었다. 컴퍼니 엑스와이(Company XY, 프랑스)는 17
           명의 서커스 단원들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팔과 다리만을 이용하
           여 “위대한 서커스”(Le Grand C)를 공연했다. 이 공연의 주안점은 단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서커스를 하면서 유기체 같은 작은 사회를 형성한다는 점이
           다. 원제의 “C”는 서커스만이 아니라 “공동체”(community)를 의미하는 것이
           기도 했다. 결국 ‘공동체’는 서로 힘을 합하고, 배려하고, 도와줄 때 위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커스를 이용해 눈앞에 생생하게 제시한 것이었다. 중앙
           로에서는 트랑스 엑스프레스(Trans Express,프랑스)의 “죽음의 북소리”(La
           Tambours de la Muerte)의 행렬이 지나갔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축제 ”죽
           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에서 착안한 것으로, 어두운 밤 죽은 자들이
           다시 나타나 도시를 점령한다. 그러나 이들의 출현은 시민들에게 공포보다
           는 즐거움과 활력을 제공한다. 영원히 늙지 않는 마녀와 부활한 해골들이 폭
           죽과 흥겨운 북소리로 시민들을 축제의 장으로 유혹하며, 기괴하지만, 한편
           으론 유쾌한 저승세계의 삶(혹은 죽음)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면서 일상과 죽
           음 그리고 축제의 경계를 흔든다. 마카담 카니발(Makadam Kanibal, 프랑스)
           의 “카니발 유랑극단”(Gavalo Kanibal)은 부부가 낡은 수레를 끌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서커스를 공연하는, 전형적인 장터극 형식이었다. 이들 유랑
           극단도 한 때는 잘나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남편의 구걸로 연
           명한다. 수레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아내는 구걸도 잘 못하는 무
           능한 남편을 구박한다. 이 구박과정에서 옛날 차력사들이 즐겨하던 잔혹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물론 이 때 동반되는 희극성이 관객들에게서 거부감을
           무너뜨린다. 무엇보다 이들의 행위는 잔혹하지만 내면은 여리고 감성적이다.
           잔혹한 구박에도 남편은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남편의 꿈은 아이
           를 갖는 것이다. 이 소박한 꿈에 감동한 아내가 남편을 받아들이면서 작품은
           끝난다. 극단 KTO(Teatr KTO, 폴란드)는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기반으로 “눈먼 사람들”(The blind)을 공연하였
           다. 도시에 전염병이 퍼져 사람들이 하나둘씩 시력을 잃어가자 정부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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