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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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가 그들을 사실상 동의어들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가
            빌립보서 2:15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와 ‘흠이 없음’을 함께 쓰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
            습니다. 골로새서 1:20~22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화목 제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합니
            다. “…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마음으로 원수가 되었던 너희를 이제는 그의 죽음으로
            그의 육신의 몸 안에서 화해시켰다, 너희를 거룩하고(하기오스, hagios) 흠 없고(아모모스,
            amomos) 책망할 것이 없는(아넹클레토스, anengkletos) 자로 그분 앞에 바치기 위해서.”
            이 본문은 로마서 5:6~10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본문으로서 ‘칭의’와 사실상 동의어인 ‘
            화해’의 범주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설명하면서, 최후의 심판과 관련하여 하나님께 우
            리를 제물로 ‘바친다’(파라스테사이, parastesai)라는 제사 언어를 쓰고(롬 12:1 비교), 그것
            에 걸맞은 두 성화의 언어들(하기오스, hagios / 아모모스, amomos)로 제물인 우리들을
            규정할 뿐 아니라 하나의 법정적 언어(아넹클레토스, anengkletos)를 덧붙여 규정하고 있
            습니다. 이렇게 바울이 법정적 언어와 제의적 언어를 섞어 최후의 심판을 설명하는데, 여
            기서도 우리는 그가 성화와 칭의를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이 칭의와 성화를 동의어로 생각한 것을 우리는 그의 성령의 역사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서 로마서 8장과 갈라디아서 5~6장에서 성령
            의 깨우쳐 주심과 믿음/힘 주심을 받아 하나님/그리스도의 통치에 순종하며 삶으로써,즉 ‘
            하나님/그리스도의 법’(이중 사랑 계명)을 지킴으로써 ‘성령의 열매’를 맺어 간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칭의의 범주로 해석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바울이 로마서 8장에서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예수의 대속의 제사를 믿음으로 덕 입음으로써 정죄로부터 자유함을 얻고 ‘
            죄와 죽음의 율법’(즉, 육신과 죄와 죽음의 연대성 속에 묶여 있는 율법                                    ‐ 롬 7장)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말할 뿐 아니라, 성령을 받은 우리가 ‘율법의 정당한 요구’를 성취하게 되었
            다(롬 8:1~4)고 칭의의 언어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8:3~4에서 그리스도의 대속의 제사를 덕 입고 성령을 받은 우리에게 새 언
            약의 시대에 하나님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 안에 그의 영을 넣어 주시며 우리의 심
            장에 율법을 새겨 율법을 올바로 지키게 하리라는 예레미야 31:31~34과 에스겔 36:26~28
            의 예언들이 성취된 것으로 봄을 암시합니다. 즉, 바울은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내시고
            우리를 위한 대속의 제사로 내어 주시며 성령을 주신 것을 그 예언들을 성취한 사건으로
            보고 우리가 이제 육신을 따라 살지 않고 성령을 따라 삶으로써 율법의 참뜻(‘율법의 정당
            한 요구’    ‐ 곧 ‘의’)을 실현해 가게 했다고 우리의 구원의 현재 과정을 칭의의 언어(즉, 의인
            으로 살기)로 설명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데살로니가전서 4:3~8에서도 바울이 하나님이 우리 안에 성령을 넣어 주심을 예레
            미야 31:31~34과 에스겔 36:26~28의 예언들의 성취로 봄을 암시하는데, 거기서는 하나님
            이 우리에게 성령을 주셔서 성화를 위한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도록 하신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갈라디아서 5:22~23에서 ‘성령의 열매’(사랑, 기쁨, 화평, 관용, 친
            절, 선함, 신실함, 온유함, 절제)는 하나님과 이웃과 올바른 관계를 가짐으로써 오는 덕목들
            (즉, 의의 열매—빌 1:11)로 예시되어 있는데, 그것은 5:19~21에 예시한 ‘육신의 열매’와 대
            조로 나열한 것이므로 ‘육신의 열매’ 중 의의 범주에 속하는 악행들(원수 맺음, 분쟁,시기,
            분 냄, 이기심, 당파심, 분열 등)뿐만 아니라 성결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악행들(음
            행, 더러움, 호색, 우상숭배, 술수, 술 취함, 방탕 등)과의 대조도 함축하고 있다고 보는 것
            이 옳을 것입니다. 5:22~23의 ‘성령의 열매’ 목록에 뒤이어 나오는 24절이 그러한 관점을
            북돋우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성령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구원
            의 현재 단계를 의인 됨의 성장 과정으로도 말할 수 있고, 성화에 있어서의 성장 과정으로
            도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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