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손형권 개인전_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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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법당 밖 부처에게 묻다
작가노트中
우리 옛 선인들은 문명 이전부터 암반 또는 큰 바위 불상의 흔적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 깊은 곳의
면에 문자, 문양, 형상, 불상 등을 조각하여 어떤 주제나 울림은 어떤 것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내용을 기원의 마음을 담아 형상으로 새겨왔다.
세상 모든 만물이 부처.
자연석 벽에 새겨진 거대한 그 불상들은 여느 사찰 흐려졌던 내가 다시 또렷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내에서도 볼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있다. 세월 속에 현대인의 고통은 ‘흐려지는 나’로부터 시작할지도
묻힌 사연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찾는 이를 무심히 모른다. 대중 속에서 작은 존재로 전락한 나는 더 이상
지켜보며 자비慈悲의 원만한 모습으로 기원하는 본래의 내가 아니다. 자연 속을 걷고 그 것과 함께하며
모든 이를 반겼고 정신적인 위안을 주었다. 그 자비의 운치를 느낀다는 것은 본연의 나를 찾는 길이기도
미소는 매우 자연주의적이며 온순하고 인자한 정서와 하다.
인간적인 친밀감을 안겨주며, 어느 마을 입구에서는 법당 밖에 던져진 부처에게 절하고 찾는 것 또한
그 곳의 평안을 인도하는 초자연적인 수호자의 역할도 우상숭배가 아니라 불상이 표상하는 부처의
했을 것이다. 그러한 불상에 거부감이 든다면 스스로 지혜를 존경함과 동시에 우리 안의 부처가 될
공감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자성불自性佛에도 예경禮敬하는 것이니 부처님과
어찌 불상뿐이겠는가. 꽃 하나에도 마음 따라 달리 부처가 될 모든 중생에게 예경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을-.
참된 이치에 대한 무지, 즉 존재의 참 모습을 보지
빈 마음에 순수하고 올바른 자연의 형상을 담아본다. 못하는 어리석음을 윤회와 고통의 본 바탕으로
의도되지 않은 욕심 없고 순박한 본질의 내면적인 간주한다.
2023.12
손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