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순호 작가 e-book 2022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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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어려서부터 붓을 잡아왔던 관계로 40여 년의 직장
생활 동안 묵향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직장인의 특성상 자리를
잡고 붓과 조금 가까워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보따리
를 싸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그럼에도 붓을 놓지 않고 틈틈이 정진하였던 까닭에
은퇴 후 또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은 어려운 점도
지대하지만 작품에만 매진하여 작가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그 기회를 살려보고
자 오늘도 붓을 들어 수묵 담채의 문인 화와 씨름을
한다.
그중에서도 대숲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밤에 흔들흔들 춤사위를 벌이며 구름을 쓸고 있는
모습은 가히 몽환적이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월등히 키는 크지만 차지하는 면적은 아주 적다. 그
만큼 욕심을 부리지 않고 더 불어 함께 상생하는 모
습이 사회적인 거리 두기가 한창인 사람 사는 세상
과 비교되는 까닭이다.
빽빽하게 숲을 이루면서도 다툼 없이 어울리는 대나
무처럼 코로나가 물러가고 거리 두기 없는 세상, 사
람 냄새 물씬 나는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순호
K I M S O O N H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