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성기혁작가 e-book 2022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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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에너지로 가득 찬 다중의
소우주 평행 세계
이 철 영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홍익대학교 교수
성기혁의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것을 표현하지 않 존재나 다른 동물 또는 외계인만이 약간 더 볼 수
았다. 피카소가 오브제의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 있다. 그러면 성기혁은 혹시 외계인일까? 아니면
고 그것에서 느끼는 것을 그렸다면, 성기혁도 보 빛을 넘는 속도로 다른 차원으로 돌아간다는 플래
이는 것을 그리지 않았으나 피카소와는 달리 보이 시맨일까?
는 것들 사이와 관계에 채워진 그것을 가득하게
눈에 보이는 사물 사이를 채우는 빛과 파장은 물
그려냈다.
질의 가장 원초적 형태이다. 항상 일어나는 것은
몽환은 꿈을 통해서만 보는 것이고, 눈을 뜨고 꿈 작고 무의미한 사건에 불과할 수 있으나 해가 뜨
을 꿀 수 없듯이, 성기혁의 작품은 눈을 뜨고 그린 고 지는 흔한 것도 매일 감동과 설레임으로 받아
것이라기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 기억으로 들이는 영민한 빛 촉감. 그래서, 성기혁이 그려낸
뇌 속에서 만들어진 영상이다. 것은 본질적으로 원초적인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선 너머에 존재하는 하늘, 따스 성기혁의 작품을 보고 상상력, 창의력을 이야기한
한 에너지로 가득 찬 봄 풍경 속에는 다중의 소우 다면 적절하지 않다. 적절하지 않다기보다 옳지
주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 평행 세계가 있다. 또한 않다. 예술과학적 융합의 눈으로 보면 타당하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공간 안에 있는 또 다른 않다는 말이다. 그럼 무엇일까. 나의 직유가 옳지
우주가 있다. 이런 평행 우주 속에 우리는 달래처 않거나 지나칠 수도 있지만 성기혁의 작품은 세렌
럼 여리게 뿌리내려 존재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 디피티(serendipity)의 영역으로 보인다. 즉, 사
장이라고하나, 실제 사람은 만물의 5퍼센트도 시 전적으로 뜻밖의 발견이라고 풀어지지만, 이것을
지각적으로 보거나 느끼지 못한다. 나는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풍경의 의미 바깥에
있는 다른 뜻의 발견이라고 해석한다. 성기혁은
만물의 물성을 다루는 세계적인 석학 이론 물리학
그런 것들을 찾아내고 화폭에 담기 위해 어릴 적
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만물의 95퍼센
새벽과 사계를 오가며 멀미와 가상현실의 위염에
트에 달하는 것들을 인간은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
시달렸을 것이다.
도 못한다고 하였다. 천재적 지각과 감각을 가진
S U N G K I H Y E O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