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성기혁작가 e-book 2022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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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은 나름의 소신에 기대어 지금까지 내                          는 귀함이 아니라 스스로 존엄성을 지켜가는 작
            가 살아온 행적이기도 하다. 적당히 살아도 문                          업은 고귀하다. 사랑과 낭만 그리고 고통으로 그

            제없는 삶인 줄 알지만, 그저 그런 삶은 싫었다.                        려낸 그림,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그릴 수
            아름다움에 천착하는 동안, 때로는 겨울날 산비                          없는 내 오십 대의 그림, 지금 이 그림은 오직 한

            탈을 올라가는 사마귀만큼 힘겹다. 명성에 이끌                          번뿐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같은 강물에 두

            려 가시덤불에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                           번 다시 몸을 적실 수 없듯이 이윽고 봄을 몰고 오
            나 일찍이 미학의 소중함을 알았고 감성을 존중                          는 저 바람 소리도, 이 한밤의 시간도 한 번뿐이

            하려 노력했다. 내게 주어진 몫이 이만하면 아                          다.
            름답지 아니한가.
                                                               나는 옹색하지만 지식과 철학을 양발로 버티고 살
            좋은 그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다. 그림을                          아간다. 살아간다는 의미, 자신에 대한 성찰, 좋은

            그리는 동안 나는 하늘과 맞닿아 있고, 바람과                          세상을 꿈꾸는 소망, 소신을 삶과 하나가 되도록

            친구가 되고, 꽃과 연인이 된다. 어느 시골 강가                        만드는 노동, 어려움을 기꺼이 수용하는 용기가
            를 산책하고 간혹 공중을 날아가는 환희를 맛본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영양분이라고 믿

            다. 내게 그림은 고단한 생존에 항거하는 몸짓                          고 있다. 세상을 본 모습으로 보려고 공부했고, 내

            이다. 붉고 푸른 물감들이 어울려 이미지를 건                          주변을 좋게 만드는 방법을 탐색해 왔다.
            져낼 수 있다면 씩씩하게 살아갈 의미가 있다고
                                                               그림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믿는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우주의 혼
                                                               렇지만 나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는다. 삶이 어
            돈을 하나씩 불러들이는 작업이다.
                                                               렵고 누추한데 그림이라도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

            누군가 내게 물었다. 당신이 추구하는 예술은                           다움은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아름답다. 절대
            무엇이냐고. 나는 답한다. 무릇 필설로 형언할                          적인 미는 인간의 이상에 다가서려는 노력의 결실

            수 없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욕망은 추                          이다. 두고두고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하거나 아름답지도 않다. 모든 생물은 이기적이                          이러한 몸부림으로 태어난 이 그림들이 그 누구
            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렇지만 욕망의 덩                        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된다면 더 없이 감사할 따

            어리가 순박한 화폭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진                           름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한 . 걸음 더 가까이
            정 귀한 상태를 비추어본다. 남들이 만들어주                           다가서는 일이니까.



                                            S  U  N  G    K  I   H  Y  E  O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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