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송현숙작가 e-book 2022 03 03
P. 2
범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아주 오래 터이다. 그리고 작품에 문자 작업을 시도했다. 나는
전부터 부르던 이름이기 때문에 더 친근하게 느껴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믿는다.
기도 한다. 범의 해에 그 이름을 다시 찾아 불러본 그러니까 문자 작업은 존재의 소리를 듣기 위한 장
다. 그리고 민화 ‘호작도’의 주인공인 그에게서 서민 치이다. 또한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다
의 말을 들어보고자 한다. 양한 방식을 도입하였다. 글자를 자음과 모음으로
분해하여 흩뿌리기도 했고 문자도의 형태를 나타내
예로부터 민화 작가들은 맹수로 살던 호랑이를 불 기도 했다. 때때로 혁필이나 죽필을 사용하기도 하
러내어 우리의 이웃으로 만들었다. 호랑이는 산에 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랑이는 대부분의 경우 화
서 내려와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서민들과 어 목한 가족의 형태로 등장시켰다. 가족은 사회를 이
울렸다. 서민들은 호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 루는 기본 단위이며 가족의 행복은 건강한 서민 사
를 받았다. 회를 이루는 바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전통을 이으면서도 언어로 서민들과 소 여고시절의 꿈이었던 미술의 길을 벗어나 오랫동안
통을 하며 어울리는 호랑이를 꿈꾼다. 이를 위해 나 다른 길을 걷다가 이제야 제 길에 들어섰다는 생각
름대로 몇 가지 시도를 하였다. 먼저 호랑이에게 색 이 든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으며 내
동꼬리를 달아주었다. 색동꼬리는 우리 민족의 정체 가 꿈꾸고 원하는 호랑이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돌
성과 동심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내가 그리는 호랑 아다니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과정을 보여주
이는 동심을 지니고 있는 한국 호랑이이다. 다음으 며 계속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로 안동, 봉산, 양주 등지에 전승되어 내려온 탈춤의
탈을 호랑이의 얼굴에 입혀보았다. 탈춤은 양반 계 ‘범이 내려와 서민의 말을 하다.’
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통해서 서민들을 위로해 이것이 내가 찾고 있는 신호작도의 테마이다.
주던 전통 예술이다. 내가 그리는 ‘탈호랑이’도 그러
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캐릭 어진 송 현 숙, 2022년
S O N G H Y U N S O O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