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곱술고양이 e-book 최종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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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비밀 - Dream and secret
가르니에 극장에 살던 '꿈'과 '비밀'은 한 집에 살았지만 서로가
머무는 공간이 달랐어요.
'꿈'은 천장화 가까이 눈부신 샹들리에 불빛 사이에 머물며 관객들이
흘리고 가는 눈물과 비밀스런 편지와 은밀한 귓속말들로 신비롭게
꿈틀거리는 극장 바닥을 보기 위해 어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고,
'비밀'은 천장화 멀리 어두운 극장 의자 밑에 머무르며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과 사람을 살게하는 묘약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됐지만 어둠 속에서 점점 굴절되고 무거워져 항상 가볍고 자유로운
천장화 속 세상을 동경했어요.
(중략)
그러던 어느 날 '비밀'과 '꿈'은 큰 결심을 했어요. '비밀'은 자신을
짓누르던 무게를 더 이상 참지 않고 중력을 무시하기로 했어요.
'꿈'은 자신을 가볍게 하던 중력을 더이상 참지 않고 무거운 자신의
무게를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극장 전기가 찌릿찌릿 요동치더니 온통 정전이
되어버렸어요.
(중략)
그 정전의 순간 '비밀'은 천장화 속 푸른 하늘까지 단박에 날아오를
수 있었고, '꿈'은 극장 바닥의 의자 밑까지 단박에 굴러 떨어질 수
있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비밀'은 천장화 속 작은 새가 되어있었고,
'꿈'은 관객석 의자 밑 어느 여인이 버리고 간 슬픈 사연의 반지가
되어 있었어요.
'비밀'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자유로운 비밀이 되었고,
'꿈'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꿈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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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 고양이- 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