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박종길 작가 e-book 2022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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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천년의 침묵(沈黙)
규격: 76 x 51 cm (30x40)
촬영년도: 2020년
보이지 않는 숨겨진 빛으로 천년의 침묵을 깨웠다.
일상의 눈에 보이는 백색광의 스펙트럼 속에 오직 자신의 빛을 감추고
있었던 문밖의 보이지 않는 빛( IR)은 온갖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온갖
세상의 빛과 그림 그림자를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석탑을 만나 그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었다.
버려진 유산(遺産)
규격: 76 x 51 cm (30x40)
촬영년도: 2021년
한때 빼앗기고 또 빼앗겼던 수탈의 시대,
억압으로 이름표를 달았던 아스라한 기억들 사이로 노동자들의 한 섞
인 한숨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한데 세월이 한참 흘러가버린 지
금은 오직 녹슨 양철지붕이 바람에 덜커덩거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단했던 기억들마저 영원히 덮어버릴 것 같은 무거운 적막이 그
자리를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6월의 호변 (湖邊)
규격: 76 x 51 cm (30x40)
촬영년도: 2020년
6월은 세상에 초록빛 색깔로 가득 채워지는 계절이다.
실바람이 불어오는 호숫가에서 어느 날부터인지 어린애 피부처럼 부드
럽고 연한 신록이 가지 끝에 피어나고 대지는 생명의 열기로 가득 채워
지고 있어도 호숫가 언저리에는 백조가 떠나버린 빈자리가 텅 비어 있
는 듯 쓸쓸하다, 그러므로 내가 사진에 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
다.
P A R K J O N G G I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