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현정 작가 e-book 2022 03 27

나비 -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그 생명력의 표현

작가 김현정은 나비를 자신의 작업을 견인하는 핵심적인 모티프로 차용하

고 있다는 점에서 ‘나비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를 보다 심층적인 의미에서 분

석해 본다면 작가의 나비는 그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형식이자 내용이며, 현상
이자 본질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감내했던 내밀한 사연들을 나비라는 상징성 강한

이미지를 통해 표출해 내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자아

의 발견인 동시에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힘’임을 깨달았다는 작가의 사유는 결국 작가에게 있어서 나비는

부단히 변화하는 삶의 양태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개진하는 것이며, 자신을
나비에 투영하여 그 변화 속에서 자유자재로 부유하고 유영하는 물화의 경지

를 말하고 있다.

작가는 나비의 어원을 ‘날으는 빛’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히브리어의 예언자,

혹은 사명자라는 의미의 나비(Navi,Nabi)를 취하고 있다. 이는 자신에게 부여
된 달란트를 소명의식으로 수용하고 이의 실천을 통해 존재의 이유, 삶의 의

미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에 다름 아닌 것이다. 날아오름은 이전의

것과의 결별을 통한 새로운 삶의 시작인 셈이며, 이를 숙명적인 소명의식으
로 이해함에 ‘빛’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빛’을 ‘생명’으로 이

해하고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사유를 조형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작가와 나비는 이미 구분되어지지 않는 일체화를 이루고 있다. 작가에게 있

어서 나비는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생명력’이며, 그것은 바로 자신이 마
주한 삶에서 치열하게 체득한 사유이자 성찰의 주체인 자신의 반영인 것이다.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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