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정지아 개인전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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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빛의 반영인 색채들은 제 각각 고유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색채들을 하나씩 불러 모아 정성을 다해 배합하고,


                   캔버스 위에 올리고 또 올린다.

                   서로 섞이고 어우러지며 절묘하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


                   나는 무수히 매혹 당하곤 한다.

                   모든 색채는 빛과 자연으로 부터 나온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이끄는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 당당하게 피어나는 야생화였다.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 혹독한 추위와 들짐승들의 발길에도 아랑곳 없이


                   묵묵히 스스로를 피워 올리는 그들에게서 내 모습이 아프게 투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섬세하고 자상한 손길이 그들을 끊임없이 돌보고 있음을


                   나는 또한 분명히 깨닫는다.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피조물을 통해 창조를 지속하는 사랑의 손길은 내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손길은 다름아닌 한송이의 귀한 꽃처럼 따뜻하게 나를 돌보는 창조주의 손길인 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빗줄기와 태양이 버무려 낸 야생화의 색채들은 고유하고 매혹적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색채의 하모니는 늘 예측할 수 없도록 아름답다.


                   나는 그들 앞에서 서툴지만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오늘도 붓을 든다.

                   내 아버지이신 창조주의 작품들로 부터 색채를 빌리고 형태를 얻어와


                   그분을 흉내내는 작은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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