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정순겸 작가 e-book 2022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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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이전 작품을 구성할때, 손은 신체의 일부이면서 정신과 붙어있고, 손은 나를 대신한 또 다른 나인 듯 하다. 손
은 얼굴 못지않게 표현이 풍성한 기관이다. 표정과 음성이 없는 손은 대신 손가락의 다양한 제스처와 온기,
땀, 앙력, 촉각 등을 통해 고도의 언어와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 손을 통한 촉각은 언어적, 정서적인 접촉보
다 강하다.
손은 타고난 예술적 기관이며, 결국 손은 한 개인의 몸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그 무엇이다. 손 하나하나는 개별
적 존재를 은유하고, 막막한 몸짓이나 침묵 대변한다.
그 손이 부착된 화면은 삶의 공간이자 생의 무대, 또는 실존적인 한계나 인간이 처한 상황성 표현한다. 그 무대
에서 손들은 ‘마임’을 한다. 독해될 수 없는, 소통되지 못하는 손의 언어들이다. 이는 몸짓의 언어로 확장되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표현, 작업하고 있다. 정체되고 규정을 통해 한정되는 것이 아닌, 유기적으로
계속 변화, 성장하는 것이 내 작품의 중심이다.
이런 경로들을 통해서, 내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들에서 삶의 본질적 가치관과 현실을 직시하며, 자아의 새
로운 가치를 찾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하고, 고유한 무늬를 찾아가려는 행위이다.
최근 작업은 소소한 일상의 같으면서도 다른 무한한 변화 속에서 반복되는 하루 하루 축적된 시간과 공간의 움
직임을 비정형 패턴으로 표현한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으로 채워나가는 무한의 시공간을 제한된 공간
인 캔버스에 담았다.
정순겸
J U N G S O O N _ K Y U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