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성영 작가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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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약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치료약
으로의 효용성이다. 누군가를 치료하고 생명을 살렸던
약들이다. 그러나 간혹 그 약들은 치료자에게 중독성으
로도 존재했을 것이다. 중독은 또다른 질병이다.
두 번째로 캡슐약의 유통기한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유통기한을 넘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모든 약들이 가지
고 있는 치료성과 해독성의 이중적 아이러니다. 한때
생명을 살렸던 약들도 시간이 지나면 폐기된다. 캡슐
속에 있었던 하얀 가루들은 모두 쓰레기로 버려진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때로는 폐기되고 유통기한을 다할
것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공캡슐을 모아 이성영은 화면에
붙이고 아름답게 채색하고 그 위에 꽃과 나무, 산
이나 강들을 그린다. 폐기될 뻔한 공캡슐들은 이성
영의 화면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우
리의 선입견이 고정시켰던 사물들의 규정된 존재
성이 다르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약이었던 캡슐이
이제는 예술이 되었듯 흐르는 계곡물은 간혹 나무 여명 (黎明, dawn), 캔버스+mixed media, 91x60.5cm, 2016.
들 속으로 들어가 생명이 된다.
작가 이성영
작가 이성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