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이한우 작가 e-book 2022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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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나의 그림은 창문이다
지하감방 손바닥만한 틈으로 내다보는 세상이다
아니 그 틈으로 들여다보는
어둠이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풍경이다
밝은 빛에서는 눈을 뜨지 못하는
푸른 색과 붉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런 시각이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더 진한 어둠이다
풍경 속에 눈동자가 있다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하늘, 나무, 바다
나는 그 어디에도 없고 또 거기에 있다
석고 속의 인물이 나를 바라본다
텅빈 눈동자에 고인 깊숙한 시선에 숨어든다
흔적을 지우려고 덧칠을 하니 상흔이 더 도드라진다
그러니 나의 그림은 실패한 화장질이다
민낯으로 아픈 몸을 안고 절뚝이며
그래도 가라고
벚꽃잎 바람에 길을 쓴다
L E E H A N W O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