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정유리 작가 e-book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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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금다




                          담다





                          비우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 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법정-



                             연잎이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 광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연잎에 깃든 비움의 자세와 느긋한 여유
                             작업 과정이 힘들고, 시간에 쪼들리며,

                             바삐 돌아가는 세간의 일상
                             비움과 절제의 마음을 연잎에 담아

                             또 다른 시작을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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