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김영성 개인전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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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無 · 生 · 物 >



                                                   무(無) -상실, 공허, 허무

                                                   생(生) -생물, 생활, 생존
                                                   물(物) -물리, 물건, 물질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하는 연작으로

                   생(生)과 물(物)의 오브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광고사진의 느낌 또는 연극적으로 연출하여 이를 냉
                   철하게 분석해 나가고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 현대인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고 인간들의
                   생명경시 풍토를 드러내 본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대했던 생물들, 채집 또는 구입하여 함께 했던 동물들의 구조적인 아름다움,

                   신비한 색채들, 거기에서 오는 감흥과 기억들.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로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눈길
                   을 멈추게 하고 사색하게 만들고 마는 자그마한 생명체들. 생(生)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곤충, 물고

                   기, 개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 어항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을 실크 천
                   위나 유리통 속에 금속 식기 위에 배치하여 이질적이지만 억지로 공존하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 진

                   다. 물(物)의 메타포로올려 진 천, 유리, 금속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캔버스 위에서 그들의 광채와
                   투영, 반사, 굴절 등의 특성으로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문명에서 생물의 의미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미인지? 같은

                   환경 동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항상 상위지배구조 속에 식용 내지는 관상용으로 대하는 생물들. 그
                   존재들도 확실히 한 생명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음에도 우리 인간들은 나름대로 정한 뚜렷
                   한 이유가 있을 때만 분명한 목적으로 사용할뿐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과 인

                   간, 조직과 인간,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형성된다. 생물인 인간이 하나의 기능적인 물건
                   으로 여겨지고 사용되기도 한다.



                   실크 천위에 상품처럼 진열된 듯한 곤충, 뚜껑이 덮인 유리통 속의 물고기, 금속 수저 위의 개구리.

                   정지된 순간의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모델로서 그 동물들의 입장은 매
                   우 답답하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행복

                   하게 사는 듯 보여 지나 누군가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고 갑갑한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
                   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의미 전달이나 현
                   존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기록이 될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회화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조그만 동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인다.






                                              [無. 生. 物], Oil on canvas, 138x138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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