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최금주 작가 e-book 2022 03 07
P. 14
비평
최금주 작가에 대해
한낱 일상적인 사물들, 사건들에 얽힌 모든 현상들에 대해 물음표
를 던지는 것은 현명한 일일까? 우리의 세상이 마치 프로그램화된
것처럼 지정된 세계라고 한다면,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인 환경에
대한 의심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의심
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치면 일종의 버그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보아야 하는가, 왜 그렇게 규정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을 잊고 사는 것은 가장 쾌적한 삶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예술작품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어떤 지점들을 기대하는
것일까.
작가 최금주의 작품은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한다. 합리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의도된 ‘낯섦’이란 수용 불가한 것이다. 라이프니츠
에 따르면, 경험과 감성은 사유를 혼란시킬 뿐이다. 최금주는 사물
을 인식하는 보편적이고 이성적인 합리성에 의문을 품는다. 우리
가 대면하는 사물(a matter)들은 그저 두뇌에 의해 판단되는 표상
만은 아니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물들로부터 오는 특이점은 우리
가 그것에 대해 내려온 정체성의 확신이 흔들릴 때 발생한다. 그 인
식의 균열로부터 비집고 나오는 ‘차이’는 작가의 시선들에 기인한
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무관심하다. 익숙한 것들은 어떤 호기심
도 자아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술은 이 익숙함에 의도적인 균열
을 일으킨다. 예술적 상상력은 정체된 의미 안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C H O I G E U M J O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