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석찬 작가 e-book 2022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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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그늘의 시작



                                                                 그늘의 시작





                                                                 오랫동안

                                                                 나를 흔들어 오던 것들이 있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부러질 듯 휘어지고
                                                                 잊혀질 듯 다가오는 무게 중심



                                                                 그 깊이를 측량해 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늘 공허했다
                                                                 처음이라는 것
                                                                 고요한 꽃과 같이

                                                                 자기만의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하듯
                                                                 눈을 감고 선을 그었다
                                                                 사물을 지우고 숫자를 지우고

                                                                 질량이 있는 것들을 붙태우고
                                                                 나를 지우고 나를 지우고
                                                                 재가 될 때까지

                                                                 지우고 나서야



                                                                 빛이 보였다
























                                        K  O      S  E  O   U  K      C  H  A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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