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그늘의 시작
그늘의 시작
오랫동안
나를 흔들어 오던 것들이 있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부러질 듯 휘어지고
잊혀질 듯 다가오는 무게 중심
그 깊이를 측량해 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늘 공허했다
처음이라는 것
고요한 꽃과 같이
자기만의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하듯
눈을 감고 선을 그었다
사물을 지우고 숫자를 지우고
질량이 있는 것들을 붙태우고
나를 지우고 나를 지우고
재가 될 때까지
지우고 나서야
빛이 보였다
K O S E O U K C H A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