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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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고도원의 『꿈 너머 꿈』의 프롤로그의 한 구절이                   는 정말 다양한 성격과 관심을 가진 존재들이다.
            다. 얼마 전 카이스트 대학원생 오백여 명 앞에서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관심분야가 있다. 학
            강연을 했다. 내가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즐겨하                   교장면에서나 사회에서 잴 수 없는 많은 재능과
            는 질문을 그들에게도 던져봤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학생은 꿈이 뭐예요?"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성공의 틀에 아이들을 가둬
            "과학자가 되는 겁니다."                               버린다.
            "과학자가 돼서 뭐 하시게요?"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전쟁을 겪으며 가난과
            "……."                                        지독히 싸워 오신 분들이다. 그분들에게는 공식

            이번에는 답이 없다. 머리만 긁적긁적.                        화된 우리사회의 성공방식-어떤 식으로든 명예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나 부를 얻는 것-이 행복을 얻고 지켜내는 방식
            "학생은 꿈이 뭐예요?"                                이었다. 8,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의 부모
            "교수가 되는 거예요."                                들은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자라 어린 시절부

            "교수가 돼서 뭐 하시게요?"                             터 생존방법을 몸으로 체득한 부모님 세대와는
            "그냥……."                                      사고방식이 달랐다, 하지만 97년 IMF나 2007년
            그 옆에 있던 다른 남학생에게 또 질문을 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
            "꿈이 뭐예요?"                                    해서 성공 특히 경제적인 부(富)만이 행복을 가져

            "백만장자가 되는 겁니다."                              다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게 되
            "백만장자가 돼서 뭐하시게요?"                            었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중산층이 서민
            "잘 먹고 잘 살려구요."                               으로, 서민이 빈곤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
                                                         봤으며, 반대의 경우는 거의 나올 수 없는 계층

            이 세 학생에게는 모두 꿈이 있습니다. 이 꿈이                   의 벽이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 세 학생에                   느 순간부터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
            게는 '꿈 너머 꿈'이 없습니다. 과학자가 되고 교                 다. 그래서 더욱 더 자녀에게만은 언제든 외부의
            육자가 되고 백만장자가 된 다음에 무엇을 하겠                    상황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불안한 삶

            다는, 바로 그 무엇! 꿈 너머 꿈이 없는 것입니다.                을 물려주지 싫었을 것이다. 실제 사회에서 명문
            실제 제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꿈이나 되고 싶은                   고- 명문대는 성공의 지름길이며 계층의 벽을 넘
            것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                   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들에게 「꿈 너머 꿈」을 생각하라고 하면 많은

            학부모들이 정말 현실감각 없는 소리라고들 할지                    최근 미국 명문고 재학 중이던 한인 여학생이 하
            도 모르겠다. 하지만 「꿈 너머 꿈」이라는 말에는                  버드대와 스텐퍼드대를 동시에 합격했다고 화제
            삶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어떻게                    가 된 후 그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알려지면서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

            우리 아이들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                    다. 그 여학생은 이제까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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