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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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좌 | 수필로 쓴 수필론



                                                         다소곳한 학생들이다
                                                         .‘학생學生.’ 배우는 사람이다.


                                                         인생이 쉬우면 모든 것이 얼마나 하찮게 보이겠

                                                         나. 삶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생물生物이기에 우
                                                         리는 늘 두리번거린다. 흘러가는 물처럼 끝없이
                                                         살아서 변하는 것을 배우는 사람, 학생이다. 공자
                                                         는 ‘학學’을 늘 가까이 하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논어》의 첫 번째 말씀이 평범하면서도 쉽지 않
                                                         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

                                                         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습習’은 ‘어린 새가 홀로
                                                         날개(羽)를 퍼드덕거려 스스로(自→白) 날기를 연
                                                         습하는 모양이다. 율곡이 백세의 스승이라 받들
                                                         었던 ‘시습時習’이 다시 새롭다. 공부자가 그랬던

                                                         것처럼 끝없이 살아서 변하는 것을 한시도 소홀
                                                         함이 없이 배우면서 기쁨을 얻는 사람이 학생이
                                                         다. 그러고 보니, 공자는 ‘학생’이라는 말을 으뜸
                            글 _ 박장원                      으로 여긴 것 같다. 허긴 배움에는 끝이 없으니,

                                                         아는 척 했다가 추락하는 것은 순간이다. 괴테가
                                                         그린 석학 파우스트도 유혹에 넘어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날갯짓은 살아가기
            스마트 폰이 대세인 요즈음, 지하철 옆자리에 앉                   위한 신성한 본능이다. 다만, 어디로 가려고 하는
            은 사람이 무언가를 열심히 읽는다. 종교서적이                    그 곳이 있을 때, 그 곳이 빛날 때, 그 움직임은

            다. 그리고 어쩌다 마주치는 것은 일반인들의 신                   모든 사람에게 멋있어 보인다.
            변잡기를 묶은 잡지이다. 수필가들은 양산되고
            수필지와 수필집은 홍수를 이루는데, 그것들은                     가을이다. 기러기 떼가 하늘을 메운다. 멀고도 먼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들도 자기가 쓴 것                  곳으로 날아 가야하는 철새. 깃을 수없이 치다가

            만 읽지, 다른 글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창공을 가르는 그 힘찬 날갯짓이 마냥 사랑스럽
            그런데 험난하고도 험난한 등단을 거친 작가는                     다.
            쏟아져 나오고, 천신만고 끝에 소중한 작품집을
            출간하고서도 무리지어 꾸준히 공부한다.                        슬픔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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