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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칼은 유물이 되며, 집터는 유구로, 그리고 유물과 유구가 발굴된 곳은 오산 내삼미동유적으로 부르
게 되는 것이다.
선사유적을 고고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발굴조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실시된다. 첫 번째는 순
수하게 학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학술조사이다. 여기에는 조사를 통해 유적의 역
사성을 밝혀냄으로써 교육 및 역사문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발굴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아
파트나 도로 건설 등과 같이 각종 건설공사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는 유적을 발굴하는 구제조
사(救濟調査)이다. 구제조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학술적 또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
적이 확인되면, 유적이 보존이 되는 경우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기록을 남긴 후에 예정된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산시 관내의 선사유적 가운데 발굴조사가 끝난 후 현지에 보존된 유적
은 없다.
학술조사든 구제조사든 선사유적의 발굴과정은 지표조사, 시굴조사, 정밀 발굴조사의 순서로 진행
된다. 먼저 지표조사(地表調査)는 눈으로 땅을 보면서 유물을 채집하거나 지형적 특징을 살피면서 유
적의 징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조사 활동을 말한다. 지표조사시에 고(古)지형분석이나 지중탐사레
이더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표조사에서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확인되면, 제한적인 범
위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땅을 파서 유적의 분포 범위와 기본적인 성격을 시험적으로 파악하는 시굴
조사(試掘調査)를 진행한다. 시굴조사에서 유적의 범위가 확정되면 정밀 발굴조사(發掘調査)를 실시
한다. 발굴, 즉 땅을 파내려 가서 유구(집터, 무덤 등)나 유물(토기, 석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삽이
나 호미, 꽃삽 등을 이용하며, 발굴 초기 단계에는 겉흙을 제거하기 위해서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
를 활용하기도 한다. 발굴을 진행하면서 흙이 쌓인 순서를 파악하여 시간적인 선후 관계를 밝히고,
유구의 형태와 유물이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는지 등을 검토하여 유적의 성격을 해석한다. 이 과정에
서 측량 장비를 활용하여 고고 자료의 위치 및 형태를 실측하여 도면을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관찰
내용을 정리하면서 자세하게 기록을 남긴다. 또한, 유적의 형성 시기를 알기 위한 연대 측정을 비롯
해서 곡물 등 식물유체 분석, 동물유체 분석, DNA 분석, 유물의 화학 조성 분석 등과 같은 다양한 자
연과학적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유적의 성격을 파악한다. 이와 같은 고고학 발굴성과는
유적과 지역의 역사적 진실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전시나 교육 자료로 이용된다. 또한 역
사문화컨텐츠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현대의 고고학은 문화재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충적인 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기여하며, 문화인으로서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오산시사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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