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관악부 100년의 이야기
P. 235

K   U  W   O
                                                                                            고대관악부 2000년대








                 |  용주현(경제 08) 교우의 회고

                 부장이 되고 나서 저의 첫 연주회는 2009년의 정기 연주회였습니다. 그때의 정기 연주회 준비를 떠
                 올려보면, 무엇보다도 여름 합숙이 생각납니다. 여름의 낙산 수련원은 생각만해도 즐겁습니다만, 제

                 불찰로 인해 낙산 수련원 예약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른 연수원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시작부터 매끄
                 럽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부장으로서 악기라도 잘 연주해야 했지만 악기 연습은 연습대로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합주 시간마다 지휘자 선생님께 혼나고.. 합숙 하루 하루가 힘들었습니다. 합주
                 로 시작하여 합주로 끝나는 고된 스케쥴로 부원 모두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친 와중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합숙 기간 매일 밤 있었던 뒤풀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도하다고 할 수 있는
                 음주와 이에 따르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선후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며 서로가 더 가깝게 되었습

                 니다. 합숙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기억나는건, 아버지 어머니 연배되시는 선배님들이 합숙장소에 찾
                 아와 부원들을 독려해주었던 점입니다. 고학번 선배님들의 관악부에 대한 애착을 몸소 느낄수 있었습

                 니다.
                 합숙이 끝나고 연주회 당일까지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연주회 당일, 정작 저는 허둥댔지만,

                 선후배의 도움으로 이상 없이 연주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기 연주회 때 연주했던 곡들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나 정확히 기억하는 곡은 ‘Michael!’이

                 라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관악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지휘자 선생님의 넓은 아량으로 저에게도
                 솔로 파트가 있었던 곡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 연주 결과는 저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저는 그때의 연주회 실황 녹화영상을 볼때, 그 부분
                 만큼은 차마 다 보지를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선후배와 만나면 훌륭한 이야깃거리는

                 될 수 있다는 점에 자부를 느끼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따라한답시고 머리에 잘 맞지 않는 중절모
                 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뭔가 어색한 연주를 한 장본인이 바로 나라고..

                 그렇게 저의 첫 연주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연주의 완성도 등 얼마나 성공적인 연주회를 했느냐는
                 생각보단, 일단은 큰 탈 없이 연주회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며 그 안도감은 뒤풀이에서

                 의 소주와 맥주로 채워졌습니다. 이 한 잔은 연주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선배들, 또 한 잔은
                 잘 따라와준 후배들, 또 한 잔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미숙한 부장인 나를 위해.. 또 이런 추억을 만들어

                 준 ‘관악부’에..
   230   231   232   233   234   235   236   237   238   239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