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백인현 한국화민예품(개인전) 2021.10.20. ~10.26 이미정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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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론





                   가리키고, 춘하추동과 간절기를 상징하며 유교의 사단(四端)에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가리키며 부처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또한 포함 하는 것이 오방색이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이 오방색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단청을  입혀  왔는데  오늘날에도  사찰이나  고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색감이다.    송계의  오방색  그림은
                   여기서도 많이 다르다. 격자창을 이용한 오방색 요산요수. 도자기 판에 그린 오방색 도자그림. 그것은 이제
                   송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대번에 보면 안다. 아, 저 그림! 분명히 감이 오게 되어 있다. 다른
                   화가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게 평가하고 인정을 해주고 있다.

                   “오방색  그림의  재료는  석채(石彩)입니다.  물감  자체가  돌가루이기  때문에  발색이  잘되고  자외선에  의해
                   탈색이 안 되는 영구불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제가 즐겨 사용하는 녹색과 적색은 완전 보색이라서
                   시각적으로 강하게 어필해 옵니다.”

                     송계의 오방색 그림은 매우 말쑥해 보인다. 산과 들과 계곡,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해와 달이 전부다. 나무나
                   인물도 없다. 마음을 가지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면 그런 형상들이 공주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대번에 짐작하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공주와 분명 관계가 있습니다. 얼른 말하면 계룡산과 금강입니다. 이들 산과 강은 백제 때부터
                   있어온  자연  일  수  있고  오늘날의  자연일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주의  자연을  표현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초기에는 다른 화가 들처럼 객관적으로 자연을 관찰하여 정확하게 사생하려고 애썼습니다. 먹과
                   제한된  색채로  그리는  한국화이었지요.  그러나  지나오면서  자연을  심상적으로  해석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오방색  요산요수입니다.  저는  공주의  자연이  우리나라  자연의  중심이라고  봅니다.
                   계룡산과 금강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금수강산이고, 저에게 이 천혜의 자연에 대한 모티브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지금 세종보가 있는 언덕이 제가 어려서 소를 몰고 풀을
                   뜯기던 마음의 고향입니다.”

                      화가의  고향예찬,  자연예찬은  매우  찬란하다.  어쩌면  화가의  유년기의  체험과  추억과  그  행복감들이
                   그림으로 환치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화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작업을
                   계속하여  전통을  새롭게  바라보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은  요산요수의  동양적  자연
                   범주에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이고 자연이 또 인간이 아니겠느냐. 그것이 그의 답변이다. 그러면서 인간과
                   자연은 순환적이란 말을 또한 빼놓지 않는다.

                     백인현 교수는 겉으로 보기보다는 내면적으로 단단한 구석이 있고 조금은 고집스럽기까지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면서 고독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의  오방색  그림에서  자주  보이던  백색의  여백들이  떠오른다.  그는  격자창  그림에서  격자창까지도
                   그림으로  보아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려지지  않은  여백이  훨씬  더  큰  메시지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언외지언(言外之言). 말 밖의 말. 이제는 그의 그림에서 그려지지 않은 여백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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