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2022년 03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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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사닥다리-섭리, 화선지, 아크릴물감, 먹, 대나무, 형광등, 천, 가변크기, 숨길개러리, 2021











            의도하는 바를 설치작업에 응용하였다. 그중 ‘빛과 우로’작업은 다양한 주제들      재능이  숨겨져  있었지  않았나  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화가가  되리라는
            속에서 생명이 움트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 비, 이슬을 연상케 하는 우산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고3이 되면서 과로가 겹쳐 어릴 때 대수술
            통해  대지를  적시는  풍요를  의미하였으며,  나비를  주제로  작업을  할때는   받은 곳이 다시 아프기 시작하면서 학업을 쉬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애벌레에서 멈추지 않고 번데기라는 죽음, 자신을 버리는 깊은 숭고한 시간이       가장 의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중 자연스럽게 인도된 것이 그림이었다.
            있어야만 존재하는 나비의 부활을 의미하였으며, 더 이상의 경지를 생각할 수       숨길갤러리(김명윤 치과 內) 관장이기도 한 작가는 대개의 관람객은 치과에
            없는 아름다움과 완전함의 그 자체는 애벌레에서 볼 수 없는 높은 경지의 상태,     찾아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으로, 지난 몇 개월 동안 과로까지 겹쳐 예기치 않은
            인간이 가야할 숭고한 경지의 축복의 상태, 모든 것을 버릴 때만이 다다를 수      병고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갤러리에 나가서 생각하게 된 부분으로 갤러리가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하였다.                                좀 더 활기 있게 움직이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역사회 문화에 더 신경을
            이러한  소제들은  결국  야곱이  꿈꾼  하나님이  허락하신  축복의  사닥다리와   쓰고 싶다고 하였다.
            관계성을  공유하며,  사닥다리  위에는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인간
            야곱과 절대자 하나님을 연결하는 축복의 통로를 통해 하늘 문을 여는 도구가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미술계가 가는 길은 화가가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은
            된다.  그래서  “자연체계”라는  큰  맥락  안에서  “야곱의  사닥다리”가  하나의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세상은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일
            종합예술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화가로서의  생각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라 여긴다. 저마다 다 의미가 있고 게다가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설치작업은 장소성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큰 관건으로 같은 재료와         요즘엔  칩거  상태이기도  하지만  몇  년에  걸친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꾸고
            설치물이 그 장소가 갖는 특수성, 고유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까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지개를  펴는,  끊임없는  붓질의
            철저히 계산하고 설치작업과 평면작업을 병행하면서, 설치는 동적인 면이 더        소리를 듣는다. 희망으로 여겨진다. 마치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것
            강하여 사람들에게 그 속에 내재된 사상과 주제를 깊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같은 성실함과 생명의 소리같이 다가옴은 경이롭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
            보다  특별한  면을  가지고  있고  전체성을  느끼게  한다고  보며,  평면과  함께   접어들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화가로서 성취할 수
            설치하여 리드미컬한 점과 정적인 면을 서로 통합으로 인도하고 있다.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지나온 삶을 정리하며 미쳐
                                                            깨닫지  못했던  부족했던  삶의  흔적들을  뒤돌아보며  겸손히  나아가고  싶다.
            김명희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술대회에 나가서 장려상을 받았다. 그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모든 것은 지나가며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부상으로 받은 숟가락 한 벌은 당시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재질로 세상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다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대체적인 생각이
            나오기  시작한  초기  수저이다.  아마도  어릴적부터  내면  깊숙이  화가로서의   문득문득 들면서 그들의 삶이 대단해 보이곤 한다. 그래서 되도록 내려놓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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