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기억하는도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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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공간의 기억이 무척이나 단단하다. 장소의 기억을 채집하는 자의 눈으로 느끼는 그 단단함이 있다. 바다와 맞닿은 항구라서, 역사의 생채기가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 다. 너무 쉽사리 바다가 있다. 그리고 골목, 계단, 거리, 산 복도로, 부두, 시장처럼 늘 일상에 머무는 게 특별나지 않 은 장소가 그 안에 들어섰을 때 특별한 장소의 힘을 느끼 게 한다.
부대낄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부산 사람을 가장 조밀한 삶 의 간격으로 구겨 넣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간격은 이 도시를 찾아들고 살아온 이들의 시간과 공간이 겹쳐져 가 냘픈 골목을 만들어냈다.
골목은 번들거리는 도심에서도 멈칫하거나 뒤처진 시간이 더디게 마르는 자국이다. 한때는 오가는 이들로 북적거렸 던 골목을 따라 물줄기가 흘러내리듯 계단이 생겼다. 날이 섰던 계단 모서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닳아져 어느새 뭉 툭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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