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기억하는도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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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떠들어대며 뛰어놀던 아이들은 희미해져 골목은 메말라버렸다. 그래도 가끔 그 틈 사이 어디선가 어린아이 들이 어깨동무하고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골목을 채우기 라도 하면 그 소리를 찍는다. 기억 저편의 이야기가 아직 도 우리와 시간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그 아이들의 꿈은 골목 이편이 아니고 멀리 내다보이는 건 너편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빛을 찾아다닌다. 골목을 비 집고 다니다 보면 계단 틈으로 초록이 삐져나와 있기도 하 고, 시멘트 블록 조각의 둥근 구멍엔 상추가 넉살좋게 자 라고 있다. 골목길 계단을 내려오다 아래를 보면 매끈하지 않은 시멘트 마당 한 쪽에 고추, 방울토마토가 빨간 물통 이나 스티로폼 상자마다 열려 있다. 그리고 늙어 버린 담 장 너머로는 계절 따라 변하던 나무들의 건들거림은 없어 지고 심심하기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숨 막히게 들어서 있다. 그래도 늙은 담장은 길게 드리운 전봇대의 그림자를 안은채휘청이는시간을쌓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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