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녹슮에서 반짝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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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이야기
누에가만들어가는하얀세상
우리나라의 누에 전래 역사는 3,000년이나 된다. 사람들은 삼한 시대부터 누에치기를 소중히 여겼다 하고, 조선시대에는 왕후가 궁중에서 누에를 치도록 했던 「후비친잠법后妃親蠶法」과 뽕나무 식재를 의무화한 「종상법種桑 法」을 제정하면서 양잠의 본격화가 이루어졌다. <잠상집요 蠶桑輯要>, <잠상 촬요蠶桑撮要>, <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양잠 기술을 다루는 서적 발간도 이러 한 경향의 결과물이었다. 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을 훌쩍 넘어 선조 의 삶 속에 자리했다.
누에는 누에나방의 애벌레다. 그런데 두 달을 채우지 못한 채 수명을 마친 다. 알에서 다시 알로 돌아가는 시간이 이처럼 짧지만 누에의 일생은 파란 만장하다. 고치가 되기 전 누에로서의 생명은 25일가량 지속되며 무려 4번 이나껍질을벗는다.체중은까만알로시작할때에비해무려1만배이상 늘어난다. 네 번째 껍질을 벗는 때가 5령인데, 5령이 되면 누에가 노르스름 해진다. 그래서 “누에가 익는다”고 말한다. 누에 나이를 뜻하는 ‘령’이란 말 도, ‘익는다’는 말도 흥미롭다.
사전에서는 누에를 상잠 桑蠶, 잠아 蠶兒 라 표기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묘,검은털을벗지못한새끼는의자蟻子,세번째잠을자는누에는삼유三 幼,27일된누에는잠노蠶老,그보다더늙은누에를홍잠紅蠶,번데기를용 (踊), 성체를 아 蛾 , 고치를 견 繭 , 똥을 잠사 蠶砂 라 한다. 용어들이 복잡하고 바로 와 닿지는 않지만, 3,000여 년의 시간 동안 선조들의 지혜가 보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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