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신종섭 작가 e-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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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구체적인 산 그림을 그릴 때와 현격히 달라진 것은 바로
                                                                   산이 만드는 거대한 울림에 함몰되는 감동의 결정에
                                                                   기인한다. 이는 단순한 외면적인 변화의 양상이 아니라
                                                                   내면에로의 심화의 한양상임이 분명하다.


                                                                   그의 <산의 소리>는 독립된 화면으로 나타나지 않고 연작의
                                                                   형식을 띤다. 그것도 근작은 가로 5미터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작은 지속되는 창작의 형식을 말한다.
                                                                   각각 독립된 화면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로 연결되는 전체로
                                                                   서의 화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시장은 색채와 형태가
                                                                   만드는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된다. 그것은 전체로서 오는
                                                                   감동이다. 그의 근작들이 금강산체험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감동은 더욱 특별한 것이 된다.


                                                                   한국인에 있어 금강산은 전 시대를 관통하는 원초적인
                                                                   희귀의 대상에 다름 아니다. 특히나 조선시대, 근대적 자각
                                                                   현상으로 진경산수(眞景山水)가 등장했을 때 그 첫머리에
                                                                   놓인 것이 금강산이었다.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전도>는
                                                                   한국인의 염원을 담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근대기를 대표해주는 소정 변관식의 금강 시리즈는
                                                                   한국미의 한 전형을 이룬 것으로 우리들의 뇌리에
                                                                   아로새겨져 있지 않은가.


                                                                   신종섭의 <사의 소리> 연작은 이 같은 금강산 사생의 역사적
                         山의 소리-精氣 II, Oil on canvas, 162.2x112.1cm. 2017.  문맥에 닿음으로써 진정한 작화의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의 <산의 소리>연작 앞에 서면 소정과 겸재로 이어지는
                                                                   한국 자연으로 향했던 뜨거운 정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한
                                                                   정념이 우리 시대로 연계되는 생생한 체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017. 10.
                                                                                      오광수(미술평론가, 뮤지엄 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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