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최예태 작가 E-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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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話頭), 산(山)
                                                     산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날은 온 몸에 작은 비늘이 돋는다.

                                                     강을 따라 길이 흐르듯 나도 비늘을 번뜩이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에 닿고 싶었다.
                                                     그러나 무 수히 떠나 고 되돌아 사 랑하여 도 산은
                                                     경전(經典)처럼 깊고 멀구나

                                                     때로 귀신처럼 눈떠지는 신 새벽이면 나도 마구 달려 검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산에 닿는다.
                                                     그러나 산은 물기 어린 작은 이파리 하나 보여주지 않은 채
                                                     비안개 속으로 지워져 가고 ... 아! 존재의 부질 없음 이여

                                                     이윽고 텅 빈 항아리처럼 되돌아온 아침 팽팽히 긴장된
                                                     캔버스는 화두처럼 나를 응시하고 내가 저 산을 그리는 것이
                                                     아니요 . 저 산이 나를 그 리듯 내림굿 을 받은
                                                     무녀(巫女)처럼 떨리는 봇을 잡는다.

                                                                                         - 작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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