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P. 29

황샤오랑_최종_월간사진  2017-08-23  오후 1:32  페이지 8

















































                                                                                                Untitled #20151009 © Huang Xiaoliang









                  # 회화 같은, 서정적이면서 시적인 사진                                  # 시간의 흔적으로부터
                  파스텔화처럼 보이지만 회화가 아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이 원래 성향과 어울린다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작업의 모티프다. 후난성 지서우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고 생각했기에 회화 같은 사진을 완성하게 됐다. 사진을 찍고 또 찍는 것이 내 작업의 전부      이곳에서 보냈다. 경치가 아름다운 산악지대다. 이후 대도시로 이주했다. 자연스레 옛 기
                  다.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것 역시 익숙하다. 길을 걷다가도 그때의 감정과 부합하는 장면       억과 현재의 삶이 중첩됐다. 도시 곳곳에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물들어 있다는 것, 과거의
                  을 만나면 셔터부터 누른다. 사진 속 인물들은 무작위로, 무의식적으로 선택된 사람들이         흔적들이 축적되어 현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 휴대폰 속 방대한 양의 사진들을 보다가 마음이 동하면 사진 속 장소를 다시 찾아가 카      # 그때 그날 그 이야기
                  메라로 휴대폰 속 장면과 비슷한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짧은 텍스트를 넣어본다. 희극        여러 사회적 환경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도시는 인구가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보는 이들은 텍스트를 통해 그때 당시의 내 감정 상태와 드라마        인간 군상과 문화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특정 도시를 주목하고, 그곳의 특정 풍경
                  틱한 현장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시리즈 제목도 ‘동창사발(东窗事发, 음모가 드러나다)’      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작품은 아니다. 어느 날 어디에서 어떤 장면을 만났고, 그 장면을
                  을 축약한 ‘동창(东窗)’이다. 시적인 표현이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가.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이었으며, 그때의 느낌은 어땠는지를 묘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
                  # 촬영 과정                                                 시 안팎으로 사람들이 북적인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작업 방식은 복잡하다. 먼저, 사진을 촬영한 뒤 포토샵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지운다. 그리       # 예술가와 창의성
                  고 이를 필름에 인쇄한다. 이후 빔프로젝터를 통해 필름을 스크린에 영사한 다음 그 화면        최근 예술가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을 다시 사진으로 찍는다. 중간중간 회화처럼 보이도록 하는 조작도 가미한다.              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예쁘고 재미있는, 다시 말해 대중적
                  # 삶이라는 무대의 관객이 된다면                                      인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풍토에서 예술가가 창의성을 어
                  <East Window(东窗)>는 일상생활을 그려낸 작업이다. 너무 흔해서 평소엔 인지하지 못    떤 방식으로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남들이
                  하는 풍경들을 담아냈다. 주제만 봤을 땐 지금의 우리 삶을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또 발현하기 위해 도전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업에 냉소적인 요소를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         다. 기술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지금 삶과는 다른 (정신적 또는 환경적)자극을 갈망
                                                                          Huang Xiaoliang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칭다오 대학교에서 디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평범한 일상에서도 잠시 고개만 돌리면 재밌고 놀라운 일을
                                                                          지털미디어를 전공했다. 2010년 ‘Three Shadow Photography Award’와 ‘Fang Jun Art
                  발견할 수 있다. 삶이라는 무대의 관객이 되어 인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Award’, ‘The Tierney Fellowship’에 선정됐으며, 2011년에는 Foam Paul Huf Award 후보로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중국 창사와 베이징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www.huangxiaoliang.com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