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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만 Jeremy Oh
“WALKING IN THE SILENCE _
RAHJASTAN”
인도 타르 사막에서의 낙타 사파리
전략...
사파리 내내 우리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 우유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곤 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5월의 태양으
로 우유는 쉽게 상해서 언제나 소량 즉 하루에 반 리터 정도만 구해서 그때그때 마셨다. 그렇게라도 우유를 구할
수 있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었다. 바다의 섬처럼 집은 드문드문 나타났고 그렇게 어렵사리 만난 집에 때마침 주
인이 나누어 줄 우유를 들고 기다리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우유없는 독한 짜이
를 마셨다. 한번은 암소 한 마리를 사서 끌고 다니는 것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정이 길어지고 부족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불편함이 고개를 들었다. 작열
하는 한낮의 태양으로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내뿜는 열기나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사막의 밤 추위는 이미 기대한
것이었지만 모래가 들어간 서걱거리는 음식이라던가 간밤의 바람으로 온몸에 모래가 쌓이는 것은 참기 힘든 것
이었다. 세상은 왜 날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라는 오만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모래를 깔고 별을 덮고 자는 날들에 익숙해면서, 별빛과 모래에 마음을 말리면서, 조각난 편견들은 조금
씩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때 사막은 새롭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나로서는 발견해낼 수 없었을
담담한 아름다움이 터질 듯 뿜어져나왔다. 주변에게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완전한 균형미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척박함이라던가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름답다는 말은 여전히 부족한 것
이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