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월간사진 2017년 11월호 Monthly Photography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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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에디터뷰-최종_월간사진  2017-10-23  오후 12:59  페이지 040







                Editor's View




















                      나이는 들되 늙지 않는다 황규태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룩스에서 11월 12일
                      까지 열린다. 그러고 보니 작가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번씩은 전시를
                      여는 것 같다. 전시 타이틀은 <픽셀>.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들 역시 확대경과 포토샵
                      의 확대 기능을 통해 사진이나 TV, 모니터에서 발견된 무수한 픽셀(pixel)을 회화적으
                      로 완성했다. 작품 스타일만 보면 여든의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2,30대 뺨
                      치게 능수능란한 디지털 작업 실력을 뽐내신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디지털 작업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꾸준히 전시장에 자신의 작품
                      을 디스플레이한다. 관람객들과 소통하면서 작가로서의 열정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 사진계에서 그는 원로로 통한다. 그럼에도 ‘꼰대’랑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나이는 들되 마음은 늙지 않는 것, 그 어려운(!) 것을 몸소 보여주신다. 여전히 젊은 오
                      빠인 그를 응원하는 이유다.

                      담지만 말고 꺼내라  매년 유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여는 카메라 브랜드가 있
                      다. 좋은 작품을 선정해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주기도 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그
                      저 사진을 찍고 응모했을 뿐인데 상품도 받고 게다가 작품으로 인정받아 전시까지 되
                      다니, 얼마나 영광일까. 물론 가문의 영광만큼은 아니어도 길이길이 기억하고 싶을 것
                      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액자로 제작되어 전시장에 디스플레이 된 작품을 찾아가
                      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데이터 형태의 사
                      진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일까. 프린트된 사진의 가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행태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공들여 찍은 사진을 무작정 컴퓨터에 저장만 해놓고 있
                      다.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지난 <월간사진> 9월호에서 ‘집에서 프린트하는 법’을 기사
                      로 다룬 적도 있다.
                      간혹 작가 중에도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면서 불쑥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꺼내는 사
                      람이 있다. 물론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내심 당황스럽다.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프린트로 보는 것이 어찌 같단 말인가. 작품성을 떠나서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
                      최건수 평론가 역시 그의 저서 <사진 직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찍어 모니터
                      로 보기만 하는 것은 ‘그리다 만 용 그림’과 진배없다. 확대하고 출력해보라. 그리고
                      틀 속에 넣어 흰 벽면에 걸어두어라. 한 걸음쯤 물러나 지긋이 보면 보이는 것이 많다.
                                                                                                  황규태_pixel; 봄, 2017,100x75cm, pigment print
                      당신이 어떤 사진가인지.”라고 말이다.
                      사진은 무조건 담아서 묵혀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꺼냈을 때 진짜 맛과 향이 배
                      어나온다. 현상하고 인화해서 앨범에 차곡차곡 꽂아두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글 | 박현희(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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