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월간사진 2017년 11월호 Monthly Photography Nov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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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환, 올림픽공원의 봄(위)과 겨울(아래), 종이에 잉크, 27.94 x 35.56cm
모자(母子)의 동상동몽
채경신 X 황종환
그림 그리는 엄마 채경신과 사진 찍는 아들 황종환의 만남이다. 엄마는 옛 추억을 담아 한적한 오후의 공원을 그렸고, 아들
은 자신을 찾고자 무작정 걸었던 출퇴근길의 동네 공원을 찍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한 곳을 바라보며 작업한 것도
아닌데, 모자의 작업은 서로 묘하게 닮았다. 황종환은 어릴 때부터 엄마의 그림 곁에 있었다.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 낡은 가
방에 덧입힌 그림, 액자를 떼어내고 남은 흔적에 그린 그림 등. 크건 작건 엄마가 만들어낸 직선과 곡선의 조합을 보며 자랐
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평범한 넥타이 부대가 됐다. 바쁜 생활에 치였지만, 사진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일상을 카메라와
함께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모아놓고 보니 엄마의 그림이 보였다. 알게 모르게 엄마의 그림 세상
에 스며들었나 보다. 얼마 전 채경신과 황종환의 작업은 한 공간(갤러리 나우)에 나란히 전시됐다. 엄마의 습작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내온 세월이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아들의 사
진도 오랜만에 세상의 빛을 보았다. 한곳에서 만나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이번 전시가 작업 활동을 계속 함께 하
겠다는 나름의 의지로 다가온단다. 모자의 동상동몽이 더 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모자의 작
업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금보다 더 서로가 닮아있기를 바라며, 다가올 모자 앞길에 꽃길이 놓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