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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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12-20  오후 6:47  페이지 1











                                                         예술학을 전공한 뒤 스위스에 머물며 사진을         때 받는 첫인상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미
               Bahc ShinYoung                            공부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행보로 보인다.       지에 대한 어떤 설명 없이 하나의 이미지가 줄 수 있는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예술학을 공부한        영향력을 상상하면서 작업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표면
               -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진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서 작업         적 이미지 이면에 담긴 또 다른 층위에 대한 생각 또한
               숨겨진 어떤 것                             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예술작품을 접하며 나 스스로         동시에 해나가고 있다.
                                                    어떤 것을 표현하고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각             관심을 갖고 있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해왔다.                                 몇몇으로 한정짓기 힘들지만, 굳이 한 명을 꼽자면 독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진을 배우냐는 중요        일 현대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한 문제가 될 수 있다. ECAL을 선택한 이유는?    를 매우 좋아한다.
                                                    해외 웹진과 책을 통해 ECAL이라는 학교를 알게 되었            인스타그램계정 사진을 볼때마다 온라인 갤러
                                                    다.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작업에서 ECAL의 크레딧을             리를 방문하는 느낌이다.
                                                    많이 접했고 교수진이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거의 핸드폰으로 촬영한
                                                    스튜디오 소속 아티스트가 많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사        다. 평소 부담 없이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계정 나름의
                                                    실 ECAL은 사진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는 아      분위기나 톤을 유지하려고 한다.
                                                    니다. 사진을 대하는 태도 또한 전통적인 사진과는 오             스위스 생활은 어떤가?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히려 거리가 멀다. 보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태도로 사             작업 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을
                                                    진을 대하고 있다. 다른 분야와의 협업 및 기술적으로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로잔에서 생활한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이곳의 생활을
                                                         <Laboratory> 연작은 박신영이란 작가의 정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익숙하고도 낯선’ 어떤 것이다.
                                                         성을 잘 보여주는 작업 같다.                작은 마을에서 동양인, 그리고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실험실> 연작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를 위해 진행한 작       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지만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업에서 시작되었다. 이미지의 주체가 되는 대상을 직접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접하는 많은 것
                                                    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들을 관찰하게 되고 일종의 ‘낯설게 보기’를 실천할 수
                                                    고민한 결과물이다. 즉, 시계가 제작되고 연구되는 환        있으니까.
                                                    경과 시계의 부속품(물리적 파편)을 기록하는 아카이              자신의 작품을 사진집으로 발행한다면?
                                                    브적 접근을 시도했다. 먼저 대상이 가진 새로운 과학        책이라는 매체를 굉장히 좋아한다. 책이 만들어지는 만
                                                    및 기술적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 물체의 제작 및 연구        듦새나 작은 디테일에 관심이 많다. 아직 구체적인 계
                                                    환경을 기록하였다. 연구소 이미지들이 가진 실험적인         획은 없지만 사진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강조하고자 디지털 이미지를 출력하고 다시 아         책을 만들고 싶다. 작업 성격에 따라 형태를 자유롭게
                                                    날로그 방식의 스캔 등의 재가공 방식을 거쳐 최종 이        선택할 생각이다. 단순히 사진을 종이에 옮겨놓는 것을
                                                    미지를 만들었다. 완제품 형태의 대상(시계)이 아닌, 해      넘어 책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포함한 오브제로서 기
                                                    체된 상태의 파편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담았다. 일종의        능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본 방식
                                                    해부도처럼 대상의 부품들을 담아 진열함으로써 물질          이나 인쇄 방식을 실험적으로 적용해보고 싶다.
                                                    성 그 자체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표면적으로 사진이 쉬운 세상이 되었다. 사진
                                                         <Laboratory>시리즈를 접한 독자들이 어떤 느        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낌을 갖길 바라나?                      기술적으로 사진을 만들어내기 편리해진 것이 사실이
                                                    뚜렷한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이미지들의 모음을 통해         다. 그렇다고 사진이 쉬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
                                                    보는 이가 호기심을 느끼고 그를 통해 각자가 어떠한         히려 수많은 사진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것을 찾아내기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이미지를 다루는 사람이기 위
                                                         <Laboratory>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진  해서는 예민함과 섬세함이 더욱 필요해진 셈이다.
               박신영은 어둠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빛의 온도를
                                                         행해 왔다. 작업 주제는 다르지만 각 시리즈마            앞으로 작업 계획은?
               날카롭게 감지하는 사진가다. 이미지를 통해 의미
                                                         다 특유의 톤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작업에 관심이 많다. 아카이브적인
               를 찾기보다 사물 본연의 물성을 깊이 있게 파고든
               다.주제에 집중하는 힘이 뛰어난 작가로 감각적인           사진이라는 매체는 근본적으로 빛을 어떻게 다루는지          접근 방식으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부터 기존의 다양
               내러티브가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사진이란 매체            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을        한 아카이브를 이용해 작업에 응용하고자 한다. 나이가
               의 한계를 탐색 중이다.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세상에        들어도 세상과 세상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전공했으며 현재 스위스에 위치한 로잔예술대학             수많은 색들이 존재하듯 어둠과 빛에도 수많은 종류가         싶다. 호기심은 일종의 애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
               (ECAL)에서 사진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있다. 그러한 빛과 어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아내려        한다.이러한 시선으로 꾸준히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서바른                한다. 사진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미지를 접했을        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https://ba-h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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