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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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이미지메이커, 소상품 셀러 등 자신을 콜라주가 정교해보이지는 않는다. 대체로 인
Kai Oh 내가 나를 어떻게 지칭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놓이는 맥 가끔 작업하면서 사진을 재료로 해서 그림을 그린다는
다양하게 지칭하는 것이 독특하다.
물사진이 그렇다.
- 락이 달라진다고 느낀 뒤 호칭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화면 어디에 어떤 사진 혹은 어
뫼비우스의 띠 다. 사진작업과 다른 일들 사이에 경중을 두고 싶지 않 떤 사진의 어떤 요소를 놓아야 하고, 화면들끼리는 어
기도 했다. 매체의 물질성이나 일의 지속성에 구애받지 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때
않고, 생각과 신념을 담아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은 정교해야만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과
능력이 되는 데까지 계속하려고 한다. 요즘은 사진을 감하게 나눈다. 콜라주에 인물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다. 한 화면에 함께 놓인 사
한때 전시 기획에 도전했던 이야기가 궁금하 진들이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 인물 쪽
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으로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인물이 들어간 사
하나의 전시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것을 전제로 진행되 진을 더 간단하게 편집하는 경향이 있다.
는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작품이 놓이는 공간의 정치 2D 사진들을 3D로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도
적 성격, 생김새 등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했던 있다. 사진의 재현을 재구축하려는 시도일까?
것 같다. 학부 시절 홍대 근처에 버려진 술집을 임대해 평면의 차원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만, 현실세계와는
<같이 잠든다는 것>이라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다. 이 동떨어진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가시화
미 완성해놓은 작업을 공간에 맞추는 것이 아닌, 기획 되지 않는 것들이 평면 안에서 상징적으로 가시화될 가
단계부터 작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작한 새로운 능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2차원인 평면 안에서 3차
작업을 선보였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충분히 원 혹은 어떤 운동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냐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독일에서는 기 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획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진 않다. 요즘은 전시장이라 어떤 대상을 찍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화
는 한정적이고 유한한 공간 바깥에서 작품이 어떻게 보 면 안에서 엮는가?
이고, 또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전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에서 발생하는 기형
2017년Foam Talent에 선정된 <It Changes> 적 풍경이나 부산물들에 관심을 가졌다. 요즘에는 대상
는 어떤 작업인가? 의 물질성과 구조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사진을 고
모든 현상과 존재들에는 움직이고 변하는 속성이 있다 를 때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던 부분들을 환기한 뒤 사
는 것을 말하는 작업이다. 숲을 관찰하며 찍은 사진들 진들 사이에 연관성을 부여한다.
이 바탕이 됐다. 날마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인 적 점점 작업이 자연이라는 큰 틀에서 사생활의
이 없는, 숲의 아름다움에서 감명을 받아 시작했다.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브레인스토밍을 시각화했다는 느낌이다. 꼬리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하는 자연은 좁은
에 꼬리를 물고 이미지를 중첩시킨다고 할까? 의미에서는 산과 강, 바다, 일출과 일몰, 풀 등으로 대변
하나의 사진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되는, 인간 문화와 대척점에 있는 (대)자연을 포함한다.
시각화한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진은 서로 넓은 의미에선, 모든 현상, 존재 뒤에 굳건하게 자리 잡
다른 콜라주에 다른 요소로 나타나곤 한다. 이미지를 고 있는 원리로서의 자연을 포함한다. 사생활과 일상생
자르고 겹칠 때 다분히 직관을 따르지만, 그 배후에는 활이 작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분명하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장면에 관한 접근과 분 나의 고유성을 더욱 고유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개인이
석이 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혔던 경험들인 것 같다. ‘원하기에 찾
의식적인 행위라면? 아가는’ 경험들을 통해서만 내가 속한 크고 작은 범주
사람들의 뒷모습과 치장된 미라, 거리 위의 개똥, 숲의 의 사회,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것 아닐까.
풍경이 겹쳐져 있는 작업을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이 작업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나?
오가영의 관심사는 생활(生活) 그 안에서 변화하는 작업은 콜라주를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사진들을 찍 여러 뮤지션들과 주변세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구현
존재의 상태와 대상의 표면이다. 작업의 첫인상은 은 것이 아니라, 찍은 사진들 중 몇 장을 골라 콜라주한 하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자극을 받고 있다. 일원론적
키치한 느낌의 콜라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 것이다. 그 중 미라 사진은 ‘부르크하우젠’ 성당에서 촬 세계관이 뚜렷한 작가들의 생각도 흥미롭다. 기상천외
적 가치의 가변성 속에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내 영한 것이다. 화려한 미라가 성당 안에 놓인 위치와 해 한 모양의, 쓰임새조차 불분명한 낡은 물건들이 모여
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결국엔 ‘나’로 귀결 골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점이 생경해서 찍었다. 콜 있는 벼룩시장에도 자주 간다. 마틴 파(Martin Parr),
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듯하다. 현재 그녀는 라주에 사용할 때는 당시 느낀 생경함이 아니라 해골과 오노 마코토(Oono Makoto), 전도연, 홍상수 같이 세
독일 뉘른베르크 예술대학에서 유르겐 텔러(Jür- 금은보화의 상징성을 가져다 썼다. ‘살아있는’, ‘머리카 계관과 각자가 구축한 미학이 매우 뚜렷한 사람들도 좋
gen Teller)를 사사 중이다. 에디터 | 박이현· 디자인 | 김혜미 락을 가진’ 여러 사람들과 대비되는 상징으로. 아한다. cargocollective.com/kai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