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월간사진 2018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8
P. 40
김재연_최종_월간사진 2017-12-20 오후 1:43 페이지 1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존재한다. 사 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무심히 지
Kim Jaeyeon 고등학교 교내 사진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 시작이다. 나치는 거리와 아파트 단지에도 다양한 식물이 숨 쉬고
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사진을 찍으면서 조용했던 성격이 활발해졌다. 주변 일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커뮤니티 아트 안녕
자연으로부터 상을 스냅 사진으로 담으며 ‘이렇게 행복한 일을 하면 하세요’ 등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었다. 다른
평생 삶이 즐겁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사진학과 진학을 시선을 가진 작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그룹 전
결심했다. 시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같은 식물의 두 가지 모습을 한 화면에 중첩시 내 작업은 속도가 느리고 시각적 임팩트가 강한 작업이
킨 <A Portrait>, 카메라로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아니다. 그룹전에 참여할 때 여러 가지 고민이 동반되
씨앗을 담은 <0g Drawing> 등 자연을 소재로 는 이유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 작업의 진심을 이
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대학 시절에도 유사한 해주고 동의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작업을 진행했나? 지난해 첫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순수 사진을 전공했지만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이 많 이응로 미술관에서 진행한 ‘신수장고 프로젝트’ 공모에
았다. 작업 초기에는 4대강, 용산 참사, 강정마을 같은 당선되어 <0g Drawing> 연작을 처음으로 선보일 수 있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했다. 작품 방향이 전환된 것은 었다. 전시장에서 관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얼마
사진 동아리 활동의 일부였던 농활을 통해서였다. 농민 나 소중한지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식물에 눈길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은?
갔다.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이 인간의 평소 엄마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동물과 식물을
성장과 꼭 닮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 후 자연을 소재로 좋아하는 순수한 분이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평소 내가 느끼지 못한 것들을 엄마를 통해 알게 된다.
자연은 접근이 용이한,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 사진가로는 알렉 소스(Alec Soth)를 특히나 좋아한다.
는 소재다. 평범한 소재를 작품화 한다는 것이 현재 대전에서 작업 중이다. 자연을 소재로 작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업하는 작가로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아쉬운
보편적 소재를 다루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나만의 점도 있을 것 같다.
색채를 담고 싶다. 이미지 테스트 과정에 시간을 충분 지방은 서울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은
히 할애하는 이유다. 같은 나무를 피사체 삼더라도 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식물과 관련된 책을 읽고
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된다. 나와 유사한 주제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도
씨앗을 소재로 한 <0g Drawing> 시리즈는 그런 고민 자주 찾아본다. 동일한 소재도 어떤 관점으로 대상을
끝에 탄생했다. 씨앗은 굉장히 작고 가벼워 사진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작업 결과물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
촬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러 종류의 씨앗을 수집 다. 관심 있는 전시는 꼭 찾아서 보는 편이다. 2016년
하면서 동시에 대형 필름 카메라로 수목원 풍경을 촬영 갤러리 팩토리에서 열렸던 카밀라 베르너(Camilla
하다가 어느날 문득 필름 위에 그동안 모았던 씨앗을 Berner)의 <Still Alive>전, 2015년 아트스페이스 J에
올려 함께 스캔을 받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 서 열렸던 롯데 플뢰 크리스텐센(Lotte Floe Chris-
다. 카메라에 효과적으로 담을 수 없었던 씨앗이 색다 tensen)의 개인전을 인상 깊게 봤다.
른 형태로 기록된 것을 보고 작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신작 역시 자연을 소재로 한 작업인가?
<0g Drawing> 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최근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집 근처 산이 많은 변화
필름과 씨앗을 고르고 스캔하는 과정은 직관적이고 주 를 겪고 있다.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산 중턱을 깎아
관적으로 진행된다. 어느 정도 씨앗을 모은 상태에서 내더니 갑자기 공사가 멈췄다. 자연이 누군가의 소유물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그 장면에 맞는 씨 이 되어 도시화 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
앗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필름에서 씨앗의 위치를 구상 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좀 더 확장된 개념
김재연의 작업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려 열매를 맺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 하기도 하고 필름을 스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으로 자연을 대상화 할 예정이다. 개인작업과 별도로 대
하듯 대상을 천천히 바라보고 깊이 있게 교감한 뒤 씨앗을 시도해보았다. 필름 위에 씨앗을 올려놓는 것이 전의 낙후된 동네를 기록하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신중히 기록한다. 좁은 보폭으로 천 마치 드로잉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씨앗의 무게가 1g도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천히 걷는 것이 더 오래 멀리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되지 않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목을 <0g Draw- 수명이 긴 사진가가 되고 싶다. 현재는 숙성된 작업을
을 일찌감치 깨우친,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기대되 ing>으로 정했다. 축적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는 작가다. 2017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이 작업을 통해 관람자와 나누고 싶은 교감은?
를 졸업했으며 2017년 가을 대전 이응로미술관에 <0g Drawing>은 주제의식이 명확한 작업은 아니다.
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서바른 다만 씨앗의 존재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