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사진 2017년 1월호 Monthly Photography Ja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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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109)리포트-보도 사진(16p)-최종수정_OK_월간사진  2016-12-22  오후 2:17  페이지 104











                                                         작은 변화를 꿈꾸다

                                                                   구경꾼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박종식


                롤랑 바르트는 <밝은방>에서 ‘사진은 촬영한 이보다 관람하는 자의 것’이라는 관점으로         남겨주면 뉴스의 흥미와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진에 대해 논했다. 바로 ‘구경꾼’의 시점으로 말이다. 여기 여섯 명의 ‘구경꾼’이 있다.
                한겨레신문의 박종식과 김성광, 경향신문의 이준헌, 오마이뉴스의 이희훈, 로이터통신           # 시스템의 변화를 꿈꾸다  해외 매체의 경우 편집국 안에 아트 디렉터가 따로 있어 글과
                의 김홍지, 포커스 뉴스의 성동훈이 그들이다. 서로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는 여섯 명의 보       이미지에 관한 전반적인 조율을 한다. 언론사가 추구하는 전체적인 톤에 맞게 분위기를
                도 사진가가 ‘구경꾼’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다.                          이끌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사 중 아트 디렉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집기자 중심으로 신문이 생산되는 셈이
                                                                        다. 이미지와 캡션의 비율이 반반일 때 좋은 보도사진이 완성된다. 이미지 전문가가 신문
                 # 구경꾼의 탄생 2014년 경, 기존에 해왔던 일들이 지겹게 느껴졌다. 좀 색다른 일이 없    편집에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에도 도입되길 바란다.
                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원래 하던 보도사진과 다른 사진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다
                는 욕구가 샘솟았다. 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동료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 보도사진 소비 방식의 진화 SNS의 활성화는 보도사진의 소비 형태에도 영향을 끼쳤
                                                                        다. 화제가 된 보도사진의 경우 패러디를 통해 끊임없이 재소비 된다. 보도사진을 일차적
                # 함께, 느리게 걷기  여섯 명의 캐릭터는 가볍지만, 사진에 대한 생각만큼은 무겁다. ‘구     으로 공급하는 이는 사진기자들이지만 그 이미지를 재해석해서 공유하는 것은 독자들이
                경꾼’ 멤버가 함께 사진전을 열거나 사진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명확한 목표를         다. 또한 시민들이 촬영한 사진이 보도사진의 가치를 지니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언론사
                정해놓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같은 고민을 오래도록 공유하며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가 불펌하는 사진도 많아졌다.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의 시스템이 엉켜버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작은 변화의 시작 ‘구경꾼’이란 팀이 만들어지고 난 뒤 ‘해방촌’이라는 또 다른 보도 사
                진가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런 작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의         # 한국 보도 사진이 나아갈 방향 누구나 사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된 이상, 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도 사진가가 일반 시민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독창적인 시선과 화법이라고 생각한다.
                                                                        참신한 기획을 하고 세련되게 이미지를 생산해야 한다. 또한 제기된 문제는 긴 호흡을 통
                #한국 보도 사진의 한계 통신사, 일간지, 인터넷 매체에 소속된 사진기자가 동일한 현장        해 이어갈 필요가 있다.
                에서 취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체에 사용되는 사진은 거의 유사하다. 매체의 특성은
                커녕 사진을 촬영한 이의 개성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 보도 사진가로 살아가는 이유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자신이 글을 쓰는 이
                A매체에 실린 사진이 B매체에 실리지 않았을 경우 듣게 되는 핀잔을 피하기 위해 너도         유를 네 가지로 요약했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 그것
                나도 다 같이 똑같은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기자들끼리 쓰는 속된 말로, 물먹지 않기 위       이다.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와 유사하다. 조지 오웰은 그 중에서도 정치적 목적이 가장
                한 나름의 조치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세련된 화법으로, 올바른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싶다.

                # 사진을 위한, 사진에 의한 한국 신문은 일본 신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미지는 텍       # 후배 사진 기자에게  사진 스킬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스트를 위한 부수적 역할을 할 뿐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다. 제목에 딱 맞아 떨어지는 설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자신이 속한 언론사와 자신을 분리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기
                명적인 사진을 선호한다. 신문 편집자들 역시 그렇다. 하지만 독자들은 사진을 보고 캡션        자로 살아남는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 좋은 보도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
                을 보지, 캡션을 보고 사진을 보지 않는다. 이미지를 통해 뉴스를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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