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월간사진 2017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 2017
P. 16
에디터뷰_최종_월간사진 2017-05-22 오전 11:33 페이지 1
Editor's View
by 유 용 예
바다의 꽃 해녀 촬영을 하는 여성 사진가를 5월에만 두 명을 만났다. 바로 유용예와 문지숙 작가다. 여성
사진가가 귀한 사진계 현실에서, 그들은 같은 주제로 같은 6월에 개인전을 여는 묘한 공통점까
지 갖고 있다. 물론 둘 다 미인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마음의 꽃 유용예 작가는 5월에 제주도민이자 가파도 주민이 되었다. 바다 품이 너무도 좋아 무작정 스킨
스쿠버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가파도에 가서 해녀복을 맞춰 입고, 한동안 수중 촬영과 물질을
하며 지냈다. 처음엔 이방인이었지만, 지금은 해녀들과의 삶에 완전히 녹아든 상태. 작업실과
집을 얻어 본격적인 가파도 생활에 들어갔다.
6월 <바당꽃 잠녀>라는 타이틀로 갤러리브레송에서 개인전을 여는 문지숙 작가 역시 얼마 전
까지 부산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부산 생활을 접고 오는 7월 제주도로
이주한단다. 이유는 해녀와의 인연 때문이다. 작가는 지난 3년간 제주 평대리에 있는 해녀촌에
서 촬영을 했다. 우연처럼 시작된 작업에 확신을 준 건, 치열하고 고된 일상에서도 웃음과 자긍
심을 잃지 않는 해녀들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며 작가는 결심했다. 바로 그들과 함께
늙어가기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생존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해녀들의 몸짓은 치열하기에 더욱 아름답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쉬운 건, 해녀 숫자가 점점 줄고 있고 그마저도 고령인 어르신들이 많아서
훗날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 제주의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기
에 많은 이들이 더욱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소중한 우리 문화를, 그들의 삶
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가까이서 기록하는 두 명의 여성 사진가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도 자랑
스럽다. 그들의 진심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문지숙 작가의 작업노트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해녀는 바다의 꽃일 뿐 아니라 내 마음의 꽃이
다.’라는. 마음 한 켠에 꽃을 갖고 사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 꽃송이가 활짝 피
어나는 순간, 그 인생도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서서히 물들어갈 테니.
글 |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서바른
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