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월간사진 2017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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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6-075)유용예(10p)최종OK_월간사진  2017-05-22  오전 10:51  페이지 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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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파도, 그리고 해녀                                           방향을 잘 파악해서 자연광을 이용해 찍는 것이 최선이다. 유용예 작가는 니콘 D810에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작은 섬 가파도가 있다. 작가는 그곳에서 해녀들과 함께 살고 있        오로지 방수하우징만 씌운 채로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수중 해녀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 처음엔 서울과 가파도를 자주 오가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예 가파도 주민이 되었다.       # 바다의 딸이 되다
                   해녀복을 맞춰 입고 해녀들과 함께 물질을 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가까이서 촬영한 지         동네 해녀들과 함께 물속에 들어가 소라 캐고 미역 따고 톳 채취하는 일은 상당한 체력을
                   햇수로 5년째. 처음엔 그냥 바다가 좋았다. 그러다 문득 해녀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        요한다. 처음에는 작가도 고전했다. 하지만 차츰 단련된 덕분인지 수중에서 버티는 시간
                   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한 손에 태왁(물질할 때 물에 띄워놓고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어      도 많이 길어졌다. 이제 4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정도다.
                   구)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그렇게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에, 해녀에, 그리    # 사진, 마음을 녹이다
                   고 섬 생활에 서서히 물들어갔다.                                      지금껏 해녀를 촬영한 사진가들은 많았다. 어찌 보면 신선하지 않은 소재일 수도 있다. 그
                   # 할망바다                                                  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결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작가적 관점을 떠나서 ‘가파도 해녀
                   유용예 작가는 원래 스킨스쿠버를 좋아했다. 물속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물         들에게 뭔가 돌려주고 싶어서’였다. 바다를 알게 해준 것이 너무도 고마웠고, 그래서 진심
                   질은 달랐다. 특히 가파도의 물살은 여느 곳보다 거센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때 무턱대      이 담긴 선물을 건네고 싶었다. 처음엔 함께 물질을 나가서 촬영한 사진을 작게 프린트해
                   고 들어갔다가 저체온증에 걸려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런 작가에게 할망바다는 최선의          서 해녀들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고 많은 분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기뻐해주었다. 그
                   선택이었다. ‘할망바다’란 나이 든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얕은 바다를 말한다. 장차 커서       것이 가파도 해녀들을 위해 특별한(!) 사진전을 열기로 결심한 계기다. 지난 5월 동네 담벼
                   해녀가 될 어린 소녀는 처음엔 할망바다에서 물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기력         락에 그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작가가 직접 서울에서 프린트를 해왔고, 가파도 풍경과 어
                   이 쇠하면 다시 할망바다로 돌아온다. 이런 해녀의 삶은 작가에게 생의 윤회를 떠올리게         우러진 이색 전시는 그곳 주민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촬영을 거부하던 해녀할망도
                   했다. 유용예는 바다를 통해 삶과 죽음, 생의 순환을 본 것이다.                    경계심을 풀고 다가왔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지만, 결국 진심이 통한 셈이다.
                   # 수중 촬영의 맛                                              바다는 누군가에겐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치열한 생의 터전이자
                   물속에서는 노출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스트로보를 사용한다. 그녀도 처음엔          고난이다. 작가에게 있어 해녀는 또 다른 바다다. 수중 속 해녀 사진을 그저 ‘아름답다’고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스트로보도 자연광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그녀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바람은 사진을 통해서 이 시대 해녀들의 고된 삶과 생에 대한
                   수중 촬영 작품 모두 조명 없이 자연광만으로 촬영한 것이다. 하지만 빛만큼이나 촬영을         애착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이제 작가의 시선은 바다 그 너머, 더 넓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좌지우지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부유물이다. 물을 탁하게 만드는 부유물만 적다면, 빛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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