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월간사진 2018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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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067)스페셜1(인도네시아)_ok_월간사진  2018-05-24  오전 8:48  페이지 061
















                                                                        겁 없는 녀석들








                                                               알랭 슈로더가 취재한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 어린이들의 경마 장면이다.
                                                                 그는 5~10세 아이들이 펼치는 전통 스포츠를 담아낸 이 작업으로
                                                                    <2018 월드프레스포토> 스포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통과 아동 학대 사이에서 <Kid Jockeys>는 인  (약 4천5백~9천 원)를 받는다. 이는 가뭄 때 농
                                                        도네시아 숨바와 섬에서 열리는 어린이 경마 ‘마       작물을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다.
                                                        엔 자란(Maen Jaran, 인도네시아어)’을 취재한
                                                        작업이다. 본디 어린이 경마는 인도네시아의 풍        인도네시아를 보다 <Kid Jockeys>는 알랭 슈로
                                                        년을 기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전통 스포        더(Alain Schroeder)가 기내 잡지에 실린 ‘마엔
                                                        츠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         자란’ 사진을 보고 흥미를 느껴 시작하게 된 작
                                                        로 지배하던 시절, 어린이 경마는 네덜란드 공무       업이다. 그는 작업을 위해 시내에서 20km 떨어
                                                        원과 귀족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관람 스포츠        진 경마장에서 열흘을 보냈다. 경기는 종교의식
                                                        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       이 거행되는 금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열렸다. 소
                                                        엔 자란’은 숨바와 섬 사람들이 지금도 사랑하는       수의 사람만이 약간의 영어를 사용했기에 처음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아무리 전통 스포츠라고 하지만, ‘마엔 자란’은       만난 푸드 트럭 주인이 그의 가이드를 자처하면
                                                        아동 학대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수는 불과       서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5~10세 아이들이다. 이들은 안장조차 없는 상       촬영 초기엔 ‘마엔 자란’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
                                                        태에서 맨발로 말에 올라탄다. 몸에 걸친 건 아       는 데 작업 의의를 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 얇은 머리 보호 장비뿐이다. 그런데 말이 달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는 속도는 시속 80km에 달한다. 조금만 삐끗      작가는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새로운 것들이 눈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겁 없는 녀       에 보였다. 경기를 마친 사람들이 의식을 거행하
                                                        석들이 아닐 수 없다. 어린 기수들을 지켜주는        는 모습에선 신성함이 느껴졌고, 말의 몸을 닦아
                                                        건 영적 치유사인 산드로(Sandro)다. 산드로의     주는 장면에선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지닌 고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수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        의 생활 방식과 관습 등이 보였다. <Kid Jockeys>
                                                        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 이와 함께 어린이들을       작업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데, 그 덕분에
                                                        훈련장으로 인도하는 일도 한다. 기수들은 하루        <2018 월드프레스포토> 스포츠 분야 1위를 차지
                                                        에 대여섯 번 말을 타며, 한 경기당 3.50~7 유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에디터 | 박이현


                                                                 Alain Schroeder 벨기에 출신 포토저널리스트다. 1989년 사진가 에이전시 ‘Reporters’를 설립했
                                                                 다. 최근에는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등지에서 그들의 생활상을 담는 작업을 하
                                                                 고 있다. <2018 월드프레스포토> 스포츠 분야 1위를 차지했다. alainschroeder.myportfol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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